"조국의 강성함 느껴보라"…中, 국경절 띄우기 총력전

2019-09-3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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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리더십' 다잡고 국력과시 기회 판단

習 연설 뒤 역대급 열병식 개최 하이라이트

애국주의 고취 주력, 교사 동원 참여 종용도

지난 2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건국 70주년 기념 문예 공연 '분투하라 중화의 아들과 딸이여'를 관람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홍콩 배우 청룽(왼쪽), 마오쩌둥 역할을 한 배우 탕궈창(오른쪽)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모든 학생들이 신중국 수립 70주년을 기념하는 경축 행사를 시청하며 조국의 발전상과 강성함을 느끼도록 하라."

중국이 건국 기념일인 국경절 연휴(10월 1~7일)를 앞두고 30일 초·중·고등학교 등 각급 학교에 하달한 통지 내용이다.
이밖에 이날 개봉하는 '나와 나의 조국(我和我的祖國)' 등 애국 영화 관람, 온라인에서 진행되는 각종 국경절 활동 참여 등도 독려했다.

중국이 건국 70주년 국경절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홍콩 시위 사태 등으로 흔들리는 '시진핑 리더십'을 다시 공고히 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국력을 과시할 절호의 기회라는 판단에서다.

◆열병식 준비 사활, 習 연설도 관심

이번 국경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10월 1일 오전에 열리는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이다.

중국은 지난 7~8일, 중추절(中秋節) 연휴였던 14~15일, 21~23일 등 공식적으로만 세 차례의 열병식 예행 연습을 실시했다.

마지막 연습 때는 열병식에 참가하는 장병 1만5000명을 포함해 총 30만명 이상이 동원됐다.

사거리가 최대 1만5000㎞에 달해 미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DF)-41 등 최첨단 무기가 실제 모습을 드러낼지가 관심사다.

중국 국방부는 "기다리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한 바 있다.

열병식에 앞서 연단에 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 내용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70년간의 발전상을 자랑하고 자신의 정치적 슬로건과도 같은 '중국몽(中國夢·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강조하는 내용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자유무역'과 '개방' 등 미국을 겨냥한 표현이나, '홍콩'이 직접 언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설을 마친 시 주석은 무개차를 타고 톈안먼(天安門) 근처 창안제(長安街)에 도열해 있는 부대를 사열하게 된다.

시 주석 등 중국 수뇌부는 국경절 하루 전인 이날 열사 기념일을 맞아 톈안먼 광장 한가운데 있는 인민영웅기념비를 찾아 헌화했다.

70년 전인 1949년 9월 30일 마오쩌둥(毛澤東)이 기념비 건립을 위해 첫 삽을 뜬 곳이다.

◆"영웅 존경해야"...난무하는 애국주의

국경절이 임박할수록 애국주의 고취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가 훈장 및 명예 칭호 수여식에 참석한 시 주석은 "영웅을 존경해야 영웅이 생기고 영웅이 되려고 경쟁해야 영웅이 배출된다"고 밝혔다.

그는 "영웅을 포상하는 것은 그들의 충성과 집념, 헌신을 고취하려는 것"이라며 "사회 전체가 영웅을 존경하고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후에는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과 함께 건국 70주년 기념 문예 공연인 '분투하라 중화의 아들과 딸이여(奮鬪吧 中華兒女)'를 관람했다.

중국 배우는 물론 청룽(成龍·성룡) 등 홍콩과 마카오, 대만 출신 연예인들까지 출연시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안정적 유지를 선전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같은 날 시 주석은 최근 여자 배구 월드컵에서 우승한 국가대표팀에 축전을 보내 "강팀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싸워 중국 여자 배구의 정신을 유감없이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국경절 분위기 띄우기에 주력하던 중국 당국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호재다.

시 주석은 "신중국이 이룩한 위대한 성취는 당과 각 민족이 단결해 싸워 이룬 것"이라며 "중국 여자 배구팀도 교만하지 말고 투지를 높여 다시 좋은 성적을 거두라"고 주문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학교와 지방정부 차원의 애국주의 교육도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이뤄지는 모습이다.

온라인 교육 자료 시청과 '국기에 대한 경례' 행사 참여 등을 독려하며 교사들이 직접 참여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참여율이 저조한 학급의 교사에게 불이익을 주는 학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여자 배구 월드컵에서 우승한 중국 국가대표팀이 지난 29일 시상식이 끝난 뒤 '조국의 생일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무역전쟁·홍콩 시위 여전히 부담

잡음 없이 국경절 행사를 치르고 싶어하는 중국 수뇌부의 바람과 별개로 홍콩 시위 사태는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며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시위대는 지난 주말 시위를 벌이며 홍콩 경찰과 충돌했다.

시위대에 둘러싸인 경찰이 실탄 경고 사격까지 하는 등 충돌 양상은 격렬했다. 시위대는 국경절 당일에도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상태다.

미국과의 무역협상은 국경절 연휴 직후 일대 분수령을 맞는다.

중국 상무부는 연휴가 끝난 뒤인 10월 둘째주에 미국과 고위급 무역협상을 벌인다고 공식 확인했다. 류허(劉鶴) 부총리가 이끄는 대표단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다.

지난 19~20일 열린 실무급 협상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확인되지 않아 고위급 협상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합의가 도출된다면 미·중 갈등도 소강 상태로 접어들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국경절 기간의 잔치 분위기가 급랭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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