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PB들이 중위험 중수익 상품의 대표 격인 주가연계증권(ELS) 판매에 애를 먹으며 포트폴리오 운영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 코스피 지수가 1990선까지 떨어지는 등 ELS 투자 적기를 맞았지만, DLF 악재가 불거진 이후 고객들 사이에서 ELS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의 PB는 "초저금리 시대엔 위험자산으로 돈이 몰리기 마련인데, DLF 사태 이후 반대가 됐다"며 "스테디셀러 상품인 ELS 역시 판매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ELS 발행규모는 4조5888억원으로, 전월 대비 36.3%(2조6195억원) 급감했다. 이달 1~20일 발행액도 1조5640억원에 불과하다. 추석 연휴가 있었고 이달까지 10여일 남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난해 9월 발행액(4조1026억원)보다 크게 낮을 것으로 보인다.
펀드 판매에도 제동이 걸린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들은 올 들어 비이자 이익을 늘리기 위해 펀드를 공격적으로 판매해 왔다. 지난 7월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이 판매한 펀드잔액은 86조9733조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1.5%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달 DLF 악재가 터진 이후 펀드 판매가 대폭 줄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한 대형은행은 같은 기간 펀드 판매를 15% 이상 늘렸지만, 8월 잔액은 전월 대비 5% 가량 감소했다. 이달 들어 추석 연휴 전(11일)까지 판매액은 300억원가량 더 줄어들며 펀드 판매 감소 추세를 이어갔다.
이 때문에 PB들은 상품 포트폴리오 전략을 보수적으로 수정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투자심리가 극도로 경색된 탓에 일시적으로 돈을 묶어두려는 고객이 늘고 있어서다. 한 PB는 "최근 몇 달간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해외 채권형 펀드를 권하더라도 고객들은 국내 단기형 우량 국공채를 찾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PB는 "'소나기는 피해가자' 식의 위험자산 기피 심리가 확연해졌다"며 "고객들이 정기예금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금리를 확정해서 주는 상품을 찾고 있어 의미 있는 포트폴리오 조정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