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후 벤처기업은 서울대 공대 출신 창업자들의 독보적인 무대였다. 네이버 이해진 의장, 카카오 김범수 의장, NXC 김정주 대표 등은 모두 서울대 공대 출신이다. 서울대 출신 벤처기업인은 현재까지 활발한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9개뿐인 유니콘 기업 중 크래프톤 김효섭(경영학) 대표, 위메프 박은상(경제학) 대표,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치의학) 대표가 그들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 헬스케어 등 신산업을 중심으로 기술 기반 창업이 벤처업계를 주도하면서 카이턴트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18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300만 명의 직장인이 사용하는 명함앱 리멤버 운영사 드라마앤컴퍼니 최재호 대표, 2015년부터 3년간 카카오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던 임지훈 전 대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이준표 대표 등은 대표적인 카이턴트다.
2030 청년 세대 대표 멘토였던 임지훈 전 대표도 카이스트, 보스턴컨설팅그룹을 거친 카이턴트다. 초기 벤처기업 투자 경험이 있고, 기업의 성장과 인수합병(M&A) 등을 지켜봐 온 임 전 대표는 모바일 기업 경영 전문가로 성장했다.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카이스트 전산학과에 입학해 재학 중 소프트웨어 기업 ‘에빅사’를 창업했다. 대학을 중퇴하긴 했지만, 이후 소프트뱅크벤처스 투자부문 파트너로 입사해 벤처기업 투자 안목을 키웠다. 이 대표는 작년 5월부터 대표직을 수행 중이다.
여성 대표로는 아동복 제조·유통 스타트업 CMI파트너스의 이은주 대표를 들 수 있다. 카이스트 경영공학과 졸업 후 보스턴컨설팅과 제일모직(현 삼성물산)을 거친 그는 중국에 매장 100개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 P2P(개인간거래)업체 렌딧 김성준 대표, 의료 인공지능 기업 루닛 서범석 대표, 플라즈마 멸균기 전문기업 플라즈맵 임유봉 대표, 스마트팜 스타트업 만나씨이에이 박아론‧전태병 대표 등이 카이스트 출신 벤처기업인이다.
카이스트 출신 벤처기업인이 눈에 많이 띄는 이유는 대학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면서 컴퓨터공학 등 전문 지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정원은 15년째 55명으로 묶여 있다. 고려대는 지난 6년간 겨우 15명 늘었고,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정원은 오히려 크게 줄었다. 학령인구 감소로 수도권 대학들이 학생 정원수를 감축하는 추세고, 다른 학과와의 관계 때문에 4차 산업혁명 인재를 양성하는 공학도를 적극적으로 양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반면, 카이스트는 과 정원제한이 없어 전산학부생이 2011년 66명에서 2018년 160명까지 늘었다.
대학 캠퍼스는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벤처인 인맥 형성의 핵심이다. 스타트업은 연봉이 높을 수 없기 때문에 맞춤형 인재를 구하기 어려운데, 대학에서 함께 공부했던 선후배를 통해 공동창업하거나 프로젝트를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 창업멤버를 구하거나 초기 인력을 보충할 때는 같은 대학 선후배와 함께 하는 경우가 많고, 서로를 잘 아는 친구들끼리 추천하는 문화가 있다”며 “이렇게 합류한 직원은 자신이 또 다른 창업에 도전하면서 연쇄적으로 확장된다. 기업 컨설팅 경험까지 있으면 전문지식과 인맥, 경영 능력까지 갖춰 경쟁력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