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서 확인하는 '동시대의 두려움'...서울국제공연예술제

2019-09-1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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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SPAF, 10월3일부터 20일까지

개막작 '카프카'·'잊혀진 땅' 등 주목

[(좌) 크로닉라이프 만성적인생 (우) 잊혀진 땅 사진=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2001년 시작해 올해로 19회를 맞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시대의 불안’을 직시한다. 불안은 시간과 국경을 뛰어 넘는다. 전쟁, 방사능에 대한 공포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전 세계 다양한 작품들이 시대를 이야기한다.

2019 서울국제공연예술제(Seoul Performing Arts Festival· SPAF)가 오는 10월3일부터 20일까지 18일 동안 서울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개최된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국내 최대 규모와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의 대표 국제공연예술축제로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김도일)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종관)가 공동으로 주최하며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가 후원한다.

전 세계의 다양한 공연을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공연 애호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올해에는 독일, 덴마크, 러시아, 벨기에, 이스라엘, 프랑스,핀란드 등 7개국의 해외작과 불가리아 원댄스위크와 협력 제작한 작품 및 10편의 국내작 등 총 9개국 단체의 18개 작품을 선보인다.

2019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주제는 ‘시대를 조명하다’다. 개막작 ‘카프카(Kafka)’는 동시대 러시아 실험예술을 선도하는 고골센터(Gogol Center)가 제작한 작품으로 한국에서 초연된다. 캔버스 위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펼쳐지는 광기와 부조리의 천재 작가 카프카의 삶이 전기적 일대기와 문화적 상상력이 결합돼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할 예정이다.

연출을 맡은 키릴 세레브렌니코프는 세계 명문 극장에서 연극, 오페라, 발레를 넘다들며 폭넓은 예술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2018년에는 각색 및 연출을 맡은 ‘누레예프’로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상을 수상했다.

덴마크 오딘 극단의 ‘크로닉 라이프: 만성적 인생’은 제3차 세계대전이 끝난 2031년을 배경으로 한다. 혼란 속에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아 헤매는 소년에게 사람들은 “모든 악(惡) 중에서도 최악인 '희망'만은 절대 품지 말라”고 당부한다. 연극인류학의 창시자인 거장 유제니오 바르바가 연출한다.

4개 대륙 11개 국가에서 모인 40여명의 단원들은 ‘크로닉 라이프: 만성적 인생’에서 각기 다른 모국어로 공연을 한다. 대사에 대한 자막이 없지만 배우들의 움직임과 소리, 시각적 효과 등을 통해 관객들의 다양한 감각을 깨운다.

2018 벨기에 언론사 최우수 공연상을 수상한 포인트제로(Point Zéro)의 ‘잊혀진 땅(The Forgotten Land)’은 픽션(Fiction)과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기반으로, 기억 속으로 사라진 진실과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그리는 한 편의 시(詩)와 같은 작품이다.

포인트제로 제작직은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체르노빌에 거주하던 지역 주민들을 직접 만났고, 증언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겉모습이 흉측한 인형들이 현실을 마주하게 한다.

영국 인디펜던트,프랑스 르몽드 등의 언론으로부터 ‘동시대 무용의 혁명’이라고 극찬 받은 왕 라미레즈 컴퍼니(Wang RamirezCompagnie)의 ‘보더라인: 경계에서 (Boderline)’는 와이어와 창의적인 신체 움직임이 결합된 생동감 있는 작품으로 남녀노소 즐길 수 있다. 안무가 황수현은 '검정감각'을 공연한다. 
 

[(좌) 보더라인 경계에서 (우)낙타상자 사진=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국내 작품 중에서는 극공작소 마방진의 ‘낙타상자’가 주목 받고 있다. 중국 근대작가 라오서(老舍·1899∼1966)의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서구에는 ‘릭쇼 보이(Rickshaw boy)'로 번역되어 널리 알려졌다. 2019 서울연극제에서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한 ’낙타상자‘는 중국 고전의 재현이 아닌 재치와 유머가 깃든 대중극을 표방한다.

고선웅 연출은 “이 작품에는 구원이 없다. 끝까지 추락을 암시하다 끝난다. 그럼에도 우리 삶은 계속된다는 질문을 환기하고 시대의 아픔을 치유하는 카타르시스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히라타 오리자의 연출작도 만날 수 있다. 그가 이끄는 극단 '청년단'은 한국예술종합학교, 프랑스의 리무쟁 유니온 아카데미와 함께 ‘그 숲의 심연’을 공연한다.

작품의 배경은 마다가스카르에 있는 가공의 프랑스국립영장류 연구소다. 이곳에는 한국, 프랑스, 일본의 연구원들이 영장류를 연구하고 있다. 원숭이를 직접 다루며 연구대상으로 하는 영장류 연구자들과 원숭이를 실험 재료로 사용하고자 하는 심리학자, 원숭이 테마파크를 만들려는 관광업자 등의 생각이 각각 다르다. 한일 역사문제와 프랑스의 옛 식민지 문제, 마다가스카르 고유의 역사 문제는 이들의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최근 불거진 한일 문제로 공연 개최에 대해 내부에서 많은 논의를 했다고 밝힌 김도일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예술은 정치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우리 국민의 문화적 수준을 고려할 때 일본 작품에 '아니다'라고 할 거라 생각지 않는다. 단체들과도 오랜 시간 조율을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축제 기간 국내 예술가들의 해외 진출을 꾀하는 장터 서울아트마켓(PAMS)이 열린다. 서울아트마켓에는 지난 10여년간 2만7000여명의 전세계 공연예술 전문가들이 방문했다. 올해에는 펠릭스 프리발 호주 다원 페스티벌 예술감독, 제레미 부머 스테이시 미국 아이페이 국제아동예술마켓 총감독 등 관계자 500여명이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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