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소비세를 인상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맨 처음 소비세가 도입된 것은 경제 호황이던 1989년이다. 이후 1997년에는 2%포인트 높은 5%로 올랐다. 8%의 현행 소비세율은 아베 신조 정권이 2014년 조정한 것이다. 5년 사이에 한 명의 총리가 두 번이나 증세에 손을 대는 셈이다.
경기침체 우려는 과거 경험에서 학습된 것이다. 통상 물가가 오르면 사람들은 절약에 관심을 가진다. 돈이 돌지 않으니 경기가 얼어 붙는다. 실제로 지금까지 소비세를 올릴 때마다 소비 위축이 일어났다. 아베 총리가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증세를 하려고 했다가 2017년 4월, 올해 10월로 재차 증세 시기를 미룬 것도 그 때문이다.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증세를 단행하면 내수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우려가 높아지자 이번에는 유인책도 다수 내놨다. 포인트 환원 제도가 대표적이다. 2%의 소비세 인상분을 포인트나 현금으로 돌려주는 것을 뼈대로 한다. 탈세 예방은 물론 증세에 따른 반감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경감세율 제도도 운영한다. 술과 외식 상품을 제외한 식료품과 신문(정기구독)에 대해서는 소비세를 8%만 받는 것이다. 다만 이는 2023년 9월까지 4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한다.
그런데도 분위기는 싸늘한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지표가 좋지 않은데, 소비자 부담이 늘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제품은 벌써부터 가격이 올랐다. 고속도로 이용료와 택시 기본요금 등이 소비세 인상분을 반영, 상향 조정됐다. 담뱃값도 올랐다.
여기다 한국 불매운동에 따른 경제 둔화 가능성도 점쳐진다. 월스트리트저널저널(WSJ)은 최근 "중국 경기 둔화 등에 따라 일본 경제지표들이 수 년만에 가장 취약한 상태"라며 "증세를 철회하고 경제 성장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SMBC 닛코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고야 미야마에도 "세금 인상 후에는 사람들이 (소비) 회복 모드가 아닌 저축 모드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며 경기침체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다수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는 예정대로 10월 1일부터 증세를 단행하기로 했다. 세수를 늘려 부채를 줄이는 재정건전화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개각 이후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는 새로운 출발선에 놓였다. 소비세 증세가 아베 총리에게 '득'이 될지, '독'이 될지 주목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