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칼럼]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와 우리 경제 생존의 길

2019-09-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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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 교수]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은 2018년 관세보복을 시작한 이후 무역협상에서 아직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불신감만 키우고 있다. 미·중 양국의 무역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주변 국가들의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 1978년 12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이 시작된 이후 4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경제발전을 이룩하였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현재 시진핑의 중국은 과거의 도광양회, 화평굴기와는 달리 중국몽과 대국굴기를 목표로 삼고 있으며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미국은 2018년 총 무역적자액 6,210억 달러 중 67.5%인 4,192억 달러의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이것은 전년 대비 11.6% 증가한 수치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고 있는 트럼프 정부로서는 중국과의 심각한 무역 불균형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관세보복이라는 카드를 사용하고 있고, 중국도 공세적으로 관세보복을 통해 맞대응하고 있어 마치 전 세계 경제가 과거 보호무역주의 시대로 회귀하는 것 같다.

미·중 간 갈등은 경제적인 측면만 아니라 군사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2018년 국방예산으로 1조 1,100억 위안을 책정한 바 있으며, 항공모함건조를 통해 현대화된 군사력을 과시하였고, 남중국해의 인공섬 군사기지 건설을 놓고도 미국 및 주변 국가들과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중국은 동북아 지역의 패권과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둘러싸고 트럼프 정부와 경쟁하고 있으며,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에 대해 경제적 보복 조치를 가하였으며 미국에 대해서도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였다.

현재 미국은 경제와 안보에 있어 총체적으로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미국은 시진핑 정부의 도전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특히 경제 분야에서 미·중 무역적자 문제를 타깃 삼아 중국에 대한 고강도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된 이후, 전 세계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이 경제적으로 미국을 추월할 수 있을까 ?’ 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가지고 발전한 국가이다. 그러나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고 있어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이 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많다. 앞으로 지켜볼 만한 관전 포인트이다.

중국은 과거 저임금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굴뚝 제조업에서 국제경쟁력을 키웠다. 그러나 현재 시진핑 주석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산업구조를 첨단기술력 중심으로 변화시키려 한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 정책을 발표하였고, 범국가적 차원에서 기술력 자립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금년 중국의 R&D 투자 규모는 GDP 대비 2.5% 이다. 세계적인 과학 논문지에 실리는 중국 과학자의 논문 수도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중국은 AI 분야를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으로 보고 ‘2030년 AI 세계 1위 강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였으며, AI에 매년 55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시진핑의 중국은 ‘천인계획’ 을 발표하고 외국에서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IT 및 가전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기업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화웨이는 5G 시대를 이끌고 갈 중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이며, 세계 정보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이얼은 중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가전업체이며, DJI는 세계 드론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의 유니콘 기업들이 베이징의 중관촌과 선전지역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의 첨단기술을 활발하게 개발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IT업체인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BAT)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AI 개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분야에서도 비야디(BYD)는 미국의 혁신기업인 테슬러와 경쟁을 하고 있다. 중국은 IT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트럼프 정부는 중국의 4차 산업혁명 주도권 확보를 봉쇄하려는 의도로 중국기업들에 대해 압박을 시작하였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정보통신장비업계 2위인 ZTE에 대해 ‘미국과의 거래 7년 금지’라는 제재를 가하였고, 화웨이를 타깃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압박했다. 또한 미국은 세계 각국과 기업들을 대상으로 화웨이의 정보통신장비를 구매하지 않도록 압력을 행사하였으며, 화웨이 창업주의 딸 멍완저우 부회장을 캐나다에서 전격 체포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미국 행정부, 의회, 방첩기관이 중국을 향해 “미국의 기술을 훔쳐간다” 는 원색적인 비난을 하였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굴기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미·중 간 무역전쟁을 통해 중국의 기술강국 부상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미·중 간 무역전쟁과 기술패권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그 이유는 중국이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기술강국이 되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중국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공세적인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미·중 간 환율전쟁, 관세보복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한편 미·중 무역전쟁이 확산될수록 우리 기업들은 곤혹스러워진다. 우리 경제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높은 수출 의존도를 갖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반도체 등 중간재를 수출하기 때문에 미국의 대중 관세보복이 상당히 부담스럽다. 우리나라가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서 피해를 볼 소지가 많다. 어려운 외부환경 속에서 우리 경제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 1등 기업들을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많이 배출시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많이 나오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경제가 튼튼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기업하기 제일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인구 12억명의 인도가 글로벌기업들의 투자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모디 인도 총리는 ‘Make in India’ 정책을 내세워 외국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자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도가 더 많은 성장을 한다면 앞으로 제2의 중국으로 급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도 국내외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유치 활동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현재 우리는 AI 분야에서 미국, 중국, 일본 등 경쟁국가들에게 뒤처지고 있다. 정부는 산업구조를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도록 서둘러 전환시켜야 한다. 즉, 5G 산업의 기술강국이 되어야 한다. 한편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마인드를 갖고 핵심기술력 확보, 혁신적 상품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 등 경쟁기업들의 전략에 대한 동향파악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급속하게 변화하는 미래환경에 선제적이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경쟁정보(competitive intelligence)적 시각을 갖고 있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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