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금산분리의 벽…금융·산업 융합 가속화

2019-09-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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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으로 기존 금융·기술기업간 경계 점점 사라져

내달부터 금융사 핀테크 투자 허용…AI 기업 등 인수 가능

카카오 등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보유도 완화

금산분리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최근 산업자본이 금융사를 지배하는 것은 물론 금융자본도 산업 계열사를 온전히 지배할 수 있게 되면서다. 금융과 산업, 양 방향에서 기존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금융과 산업이 더 이상 분리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의 결과다. 정부도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정책 기조를 내세우고 있어 앞으로 이 같은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금산분리의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금융사의 핀테크기업 출자 허용을 꼽을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내달부터 금융사가 다양한 핀테크 기업에도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 간 융합이 가속화됨에 따라 금융회사도 ICT를 수용하거나 해당 산업에 진출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이낙연 국무총리가 금융회사의 핀테크 기업 출자를 허용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현행 은행법과 보험업법에서는 해당 금융사가 비금융회사 지분에 15% 이상 출자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 금융투자회사·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사는 비금융회사 주식을 5% 소유하면서 사실상 지배하거나, 주식을 20% 초과해 소유하려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신기술 기업과 ICT 기업 등은 제한 없이 출자할 수 있게 된다. 금융사는 출자한 핀테크 업종을 부수업무로 할 수 있고,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가 실패하더라도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면 면책된다. 금융위의 허가만 받게 되면 금융사를 통한 산업계열사 지배의 길이 열린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산업자본의 금융사 지배는 이미 시작된 지 오래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올해로 출범 3주년을 맞았다. 아직 KT나 카카오 등 산업자본의 주식 소유는 10% 수준에 그치고 있으나 이 같은 제약도 곧 해제된다. 최근 카카오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소유한 지분을 넘겨받아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가능토록 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도 올해 초 본격 시행됐다. 다른 시중은행은 산업자본이 4%까지만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34%까지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금산분리의 벽은 앞으로 더 낮아질 전망이다. 금융정책을 수립·집행하는 정부 관계자들이 금산분리 완화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에서 금산분리를 놓고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의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과거 공정위원장 시절 “과거 재벌의 사금고화에 대한 기억을 쉽게 지울 순 없겠지만 그동안 산업자본 구조가 많이 바뀌었다”며 “금융감독당국의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 등 사금고화 위험성을 효과적으로 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금산분리의 원칙을 꼭 고수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지목된 은성수 후보자도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금산분리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사실상 원칙을 변경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와 관련, 오정근 건국대학교 금융IT학과 교수는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앤트파이낸셜은 산하에 은행·증권·보험·카드 결제 등을 망라해 세계적인 핀테크기업으로 성장해 시가총액이 삼성전자의 두 배에 달하고 있다"며 "다른 나라들이 금산분리를 통해 4차 산업혁명에 적극 나서는 것처럼 한국도 전향적인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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