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가디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존슨 총리는 총리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 앞에서 성명을 통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EU 측에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며 "10월 17~18일 예정돼 있는 EU 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영국이 브렉시트 합의를 원하고 있다는 것과 '노딜 브렉시트(영국이 아무런 합의없이 EU를 이탈하는 것)'에 대비하고 있다는 점을 EU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존슨 총리가 예상에 없던 각료회의를 연 뒤 긴급 성명을 발표한 것은 '노딜 브렉시트' 방지 법안을 준비하고 있던 하원에대한 선제조치로 풀이된다. 야당 등이 노딜 법안을 통과시켜 영국의 발목을 잡으면 추가 협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3일 개원을 앞두고 노딜 브렉시트 방지 법안의 통과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존슨 총리는 다음날인 4일 조기 총선 개최를 놓고 표결을 붙이는 방안을 발표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영국 BBC 방송은 "법안이 통과됐다는 전제 아래 존슨 총리가 조기 총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며 "조기 총선이 실현되려면 하원의 3분의 2 이상의 지지가 필요한 만큼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다만 존슨 총리는 조기 총선에 대해 "나도, 여러분도 원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브렉시트 협상팀이 선거 없이 브렉시트를 준비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존슨 총리는 의회 일정을 감안할 때 브렉시트 시한까지는 총리직을 그만두지 않겠다는 입장도 이미 밝혔다.
아울러 의회 개원의 의미를 가진 '여왕 연설'을 10월 14일로 설정한 것은 국내 어젠다를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경찰 2만명 증원, 신규 병원 20개 설립 등 국민보건서비스(NHS) 투자재원 확대 등 국내 정책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러나 존슨 내각의 브렉시트 방침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방안이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존슨 총리가 성명을 발표하는 총리관저 밖에서 존슨 내각을 비판하는 시위대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절차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경우 영국 정부가 여왕 연설이 예정돼 있는 10월 14일께 또 다른 선거를 제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