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박막례 할머니를 유튜브를 통해 세상에 알린 손녀 김유라 PD가 말하는 할머니의 행복

2019-09-0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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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평생을 아버지 때문에, 남편 때문에, 자식들 때문에 허리가 굽어라 일만 하던 할머니가 어느날 치매 위험 진단을 받았다.

스물일곱 손녀 김유라 PD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할머니와 호주여행을 떠났다.

그때부터 박막례 할머니의 삶은 부침개 뒤집듯 완전히 뒤집어 졌다.

식당 일을 하며 힘든 삶을 살던 할머니에서 구글 CEO에서 유튜브 CEO까지 전세계가 주목하는 박막례 할머니. 그의 재밌는 영상 뒤에는 항상 손녀 김유라 PD가 있었다.

이번 인터뷰는 지금의 박막례를 있게 해준 손녀 김유라 PD의 인터뷰다. 박막례 할머니 이야기 만큼이나 감동적인 손녀의 PD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진= 김유라 PD 제공/ 김유라 PD]


Q. 처음에 유튜브를 하자고 했을 때 주변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A. 저도 그렇고 가족들도 유튜브에 대해 잘 몰랐던 상황이라서 “유라가 또 이상한 거 찾았나 보다”하면서 “워낙 인터넷에 재밌는 게 많으니까 재밌는 거 하나보다”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Q. 유튜브를 하면서 할머니와의 관계에 있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옛날부터 저희는 친해서 유튜브를 하면서 특별히 각별해지고 친해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유튜브를 통해 붙어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확실히 서로에 대한 이해가 더 커진 것 같아요.

옛날에는 그냥 친했다고 표현한다면 지금은 일도 같이하는 사이니까 서로 양보와 이해도 많이 하죠. 옛날에는 친한 할머니였다면 지금은 친한 친구 같아요.

Q. 콘텐츠의 소재는 누가 먼저 제안을 하고 기획을 하는 편인가요?

A. 둘이 같이 하는 편인 거 같아요. 할머니도 본인 일상에서 따라가서 찍으면서 할머니의 일상 속에서 소재를 가지고 오는 거라서 콘텐츠의 기여도는 반반이라고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Q. 박막례 할머니 채널 PD의 일상은 어떤가요?

A. 저희 채널이 100만 구독자를 앞두고 있는데 제가 촬영, 편집, 미팅, 광고 기획안같은 부분을 다 혼자하고 있어요. 그래서 제 일상은 전반적으로 유튜브와 관련된 일로 짜여져 있죠.

Q. 그렇다면 다른 편집자를 구할 계획은 없으신가요?

A. 당분간은 없어요. 앞으로도 꽤 없을 거 같아요. 체력적으로는 말도 안 되게 바쁜데 다른 편집자를 쓰면 저희 채널의 결이 바뀔 수도 있잖아요.

제가 할머니 영상을 편집하기 때문에 서로의 매력과 장점을 잘 아니까 편집을 빨리 진행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을 고용해서 편집을 맡기면 할머니가 갖고 있는 본래 매력을 다 살릴 수 없을 수도 있겠다는 고민이 되더라고요.

애초에 처음 시작한 게 돈을 벌기 위해 한 것도 아니고 할머니와 둘이 추억을 만들기 위해 했어요. 목적을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촬영과 편집은 당연히 제가 해야 된다고 생각 하고 있어요.

Q. 편집 시간은 보통 얼마나 걸리시나요?

A. 콘텐츠마다 다른데 보통 빨리하면 한편에 이틀 정도 걸리는 거 같아요.

Q. 할머니께서 힘든 삶을 살아오셨다는 걸 원래부터 알고 계셨나요?

A. 짐작으로 알고 있었던 거죠. 왜냐면 워낙 쉬는 날도 없이 일을 하시니까, 혼자서 자식 셋을 키우시는 모습을 은연 중에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할머니께서 힘들거나 고생하시는 걸 얘기하시는 스타일이 절대 아니셔서, 같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책을 같이 쓰면서 더 깊이 알게 됐어요.

Q. 재미있게 영상을 촬영하시는데 대본이 있으신가요?

A. 아니요, 저희는 대본 하나도 없어요. 대본이 있으면 할머니가 절대 못하는 스타일이라서(옆에 계시던 박막례 할머니: 금방 잊어버려요.)

저희가 자체적으로 찍는 오리지널 콘텐츠에는 대본은 하나도 없다고 보시면 돼요. 물론 광고콘텐츠 같은 경우에는 광고주들이 원하는 게 있으니까 그걸 잘 녹여서 하는 경우는 있지만 저희는 대본이 없어요.

Q. 그렇다면 할머니의 콘텐츠에서 NG가 나면 다시 찍나요?

A. 아니요, 저희는 NG 자체가 콘텐츠죠. 메이킹 영상을 보더라도, 이름을 잘못 말하면 다른 방송에서는 NG가 되겠지만 저희는 ‘할머니가 영어 못하는 게 뭐 어때서?’라고 다들 생각하니까 그 모습 자체가 솔직하고 귀엽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요.

Q. 지난 4월 할머니를 보기 위해 유튜브 CEO 수잔 보이치키가 방한하고 순다 피차이 구글 CEO 역시 할머니를 따로 만나기 위해 시간을 내며 사진을 개인 SNS에 까지 올렸는데 그때의 기분은 어땠나요?

A. 저는 일단 손녀이기도 하지만 채널의 PD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되게 빨리 목표를 이룬 느낌이 있었어요.

유튜브 안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PD면 당연히 유튜브 CEO를 만나보고 싶고, 구글 CEO도 만나보고 싶은데 그들이 먼저 저희에게 요청을 해서 만나고 싶다고 하니까 진짜 꿈같았죠. 제가 PD라는 직함을 달고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최고로 성취감을 느낀 날이었던 것 같아요.

[사진= 김유라 PD 제공/ 박막례 할머니와 손녀 김유라 PD 그리고 유튜브 CEO 수잔]

 

[사진= 김유라 PD 제공/ 박막례 할머니와 순다 피차이 구글 CEO]


Q. 대부분 영상에는 할머니만 나오시는데 함께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으셨나요?

A. 필요에 의하면 같이 나오는 장면도 몇 번 있긴 한데 당연히 이 채널의 주인공은 박막례라는 사람이고 저는 편집자이자 촬영을 담당하는 PD이기 때문에, 제가 같이 나오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Q. 할머니 채널이 아닌 김유라 PD만의 채널을 만들 생각은 없으신가요?

A. 아니요. 저는 할머니 채널을 잘 권사해서 박막례라는 사람의 브랜드를 더 확장시키는 일을 PD로서 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이 일을 아직 최종 달성한 것도 아닌데 제 채널까지 만들어버리면 너무 힘들어서 못할 거 같고, 지금은 박막례라는 브랜드를 더 널리 알리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사진= 김유라 PD 제공/ 김유라 PD와 박막례 할머니]


Q. 박막례 할머니 채널의 끝은 어디였으면 하시나요?

A. 저는 박막례 할머니를 보면서 미래에 대해서 속단하지 않기로 했어요.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걸 저는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을 통해 배웠기 때문에 ‘유튜브의 끝이 어디일 것이다’, ‘나중에 이 유튜브라는 회사가 망해서 없어지면 나는 뭐 해먹고 살지?’ 같은 걱정은 아예 안 하기로 했어요.

지금 이 순간을 재밌게 즐기고, 우리의 콘텐츠를 세계적으로 좀 더 많은 분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진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어요.

Q. 박막례 할머니 채널의 목표가 ‘할머니의 행복’인데, 지금 할머니가 행복하시다고 느끼시나요?

A. 당연히 행복하시겠죠.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할머니가 박막례 할머니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이런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작은 시골에서 태어나서 그렇게 고생만 하다가 어떻게 구글 임원이 찾아올 정도로 사랑을 받는 아시아의 할머니가 됐을까.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저도 같은 손녀 PD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이 사람의 인생이 너무 부러워요. 다시 태어나도 이런 운세를 갖고 태어나기 힘들잖아요.

당연히 할머니도 매번 행복하다고 하세요.

Q. 김유라 PD가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인가요?

A. 내가 앞으로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게 행복인 거 같아요. 할머니도 식당을 은퇴하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었다면, ‘해야 할 일’이 없는 거잖아요. 그게 저는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은 일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잖아요. 할머니도 일을 하면서 느꼈던 게 성취감인거죠.

그런데 할머니는 식당을 그만두고나서 자신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느낄 때 오는 좌절감 속에서 유튜버라는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됐고, 그러면서 방송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게 할머니의 성취감과 행복이 된 거잖아요.

저도 행복이 그런 것 같아요. 내가 돈이 없는 게 불행한 게 아니라, 내가 내일 나가서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그걸 위해 노력할 수 있다는 것이요.

Q. 김유라 PD가 생각하는 ‘잘하고, 좋아하고,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A. 제가 잘하는 일은 촬영하고 편집하는 거죠. 좋아하는 일은 새로운 걸 기획하고 재밌는 일을 하는 것이고, 해야 하는 일은 앞으로 박막례라는 사람의 브랜드와 우리 채널을 어떻게 전 세계에 좀 더 선한 영향력으로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죠.

Q. ‘사람으로서의 김유라’와 ‘PD로서의 김유라’는 어떠한 사람인가요?

A. 똑같은 거 같아요. 제가 성격이 급해서 빨리 빨리 해야 하고, 한번 마음먹으면 끝장을 봐야 되는 성격인데, 이런 성격이 일상과 일에서 그대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자신의 콘텐츠를 통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어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엄청나게 많은 유혹과 고비가 올 수도 있어요. 유튜브가 자극적인 콘텐츠들로 넘쳐나니까, ‘나도 자극적인 콘텐츠를 찍어야지’하면서 조회수에 연연할 수도 있거든요.

그런 유혹들을 잘 참아내고 ‘본인의 콘텐츠 색’과 처음에 마음먹었던 ‘좋은 기획 방향’을 유지한다면 다른 채널들과 차별화 될 수 있는 본인만의 색깔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채널이 많은 분들에게 오랫동안 사랑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분들 모두 잘됐으면 하고, 응원하겠습니다.

[사진= 김호이 기자/ 김유라 PD와]

 

[사진= 김호이 기자/ 김유라 PD, 박막례 할머니와]

-김호이의 사람들-
인터뷰: 김호이
기사 작성 및 수정: 김호이/ 김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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