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예선 탈락만 두 번 했는데….”
올해 또 한 명의 루키가 정상에 올랐다. 이번 주인공은 임희정. 루키로는 조아연, 이승연에 이어 세 번째 우승이다. 임희정은 “올해 우승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거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우승을 빨리 하게 돼 놀랍고 기쁘다”며 감격했다.
임희정은 25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총상금 8억원)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3타를 잃고도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코스레코드를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2위 박채윤(9언더파 279타)과는 무려 4타 차의 여유 있는 우승이었다.
임희정은 우승의 감격보다 아쉬움이 더 남는 날이었다. 이날 보기 4개와 버디 1개로 3타를 잃은 탓이었다. 그는 “마지막 날 타수 차가 많이 나서 부담은 크게 없었지만, 그래도 챔피언 조의 부담감은 컸다”면서 “안전하게 치려고 한 것도 있지만, 타수 차가 큰 만큼 공격적으로 쳐도 됐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올해 데뷔한 루키 선수에게 큰 타수 차이도 긴장감을 없앨 수는 없었나 보다. 평소 8~9시간 숙면을 취하는 임희정은 전날 밤 잠을 설쳤다. 그는 “잘 잤다고 생각하고 일어났는데 새벽 3시였고, 다시 잠 들고 일어났더니 또 새벽 5시였다”며 “더 좋은 성적으로 우승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긴장감 때문에 샷도 좋지 않았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남겼다.
우승 직후 눈물이 흐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임희정은 “오버 파를 치고 우승을 해서 그런지 눈물이 나진 않더라”며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그는 우승 세리머니 이후 공식 인터뷰 때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가족 생각 때문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최근 어머니도 암 투병 중이다. 임희정은 “우승 후 엄마와 제대로 인사도 못해서 빨리 보고 싶다”며 말문을 연 뒤 “사실 엄마가 시즌 초반 혈액암 진단을 받으셨는데 나를 따라다니시느라 항암치료를 받지도 못하셨다. 하반기 전 휴식기간에 치료를 받으셔 지금은 많이 좋아지셨다”고 애써 미소를 지었다.
임희정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상금 1억6000만원을 받았다. 그는 “상금은 쓰지 않고 차곡차곡 모으고 싶다”면서도 “가족과 여행을 가본지 너무 오래 돼 상금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오고 싶다”고 소박한 꿈을 전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임희정은 신인상 포인트 1160점으로 4위까지 올라섰다. 임희정은 1위 조아연(1685점)을 525점 차로 추격해 신인왕 타이틀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우승 기회가 오면 잡고 싶었다. 신인왕 경쟁도 점수 차가 좁혀졌고, 큰 대회도 많이 남아서 끝까지 도전해보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