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가 올라도 불안하다. 하루도 빠짐없이 외국인이 발을 빼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조정이 먼저 원인으로 꼽힌다. 미·중 무역전쟁도 신흥국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심리를 줄곧 억눌러왔다.
◆MSCI 신흥국지수 비중 0.3%p 뚝
코스피는 8월 6일 한때 연저점인 1891.81까지 밀렸다가 반등하고 있다. 주가지수 바닥이 어디쯤인지 드러났어도 외국인은 아랑곳없다.
MSCI는 오는 28일 신흥국지수에서 우리 주식시장 비중을 종전보다 0.3%포인트가량 줄어든 12.8%로 낮춘다. 대신 이 지수에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주식을 더 담기로 했다. 한때 17%에 가까웠던 우리 주식시장 비중은 다른 신흥국에 밀리는 바람에 대만(11.2%)을 겨우 앞서는 수준으로 떨어지게 됐다.
외국인이 시황에 관계없이 주식을 팔아치우는 이유로 볼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이 27~29일 사이에도 7000억원 가까이 팔아치울 것으로 점친다. 이달 내내 '셀 코리아'에 시달릴 거라는 이야기다.
물론 MSCI 지수 조정으로만 원인을 돌리기는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 추락하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외국인 이탈을 부채질해왔다.
도리어 우리 주식시장이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상장법인이 벌어들이는 돈을 감안하면 MSCI 신흥국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금보다 1%포인트가량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MSCI 지수 조정이 끝나는 8월 말을 겨냥해 선제적인 저점매수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요국 환율·금리 흐름도 주목해야
춤추고 있는 주요국 환율과 금리 흐름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가 역전을 되풀이하면서 경기침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장·단기채 금리 차이가 좁아졌다. 윤영교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요 기업이 양호한 2분기 실적을 내놓고 있지만, 이런 흐름이 꺾일 거라는 전망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 역시 실마리를 못 찾은 채 환율전쟁으로 번질 조짐마저 보인다. 중국 위안화 환율이 오르내릴 때마다 우리 원화가치나 주가지수도 출렁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서만 1183.1원에서 1211.0원으로 27.9원(2.36%) 뛰었다. 위안·달러 환율이 11년 만에 7위안을 넘어선 영향이 컸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중 환율전쟁이 이어진다면 원·달러 환율은 유럽 재정위기 무렵 기록했던 1250원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전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오는 22~24일(현지시간) 잭슨홀 미팅에서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도 지켜보아야 한다. 미국 경기지표가 아직 양호한 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과감한 통화완화정책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중 양국이 한동안 분쟁 수위를 낮출 수도 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립이 임계치를 넘어서면 전 세계 주식시장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두 나라가 합의점을 찾을 때까지 적어도 한두 달은 위험관리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