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 논설실장의 '뉴스의눈']지난 14일 광복절 전날, 아주경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축사 내용에 관해 청원하면서, 일본에 대해 불필요한 자극을 할 수 있는 말을 삼가는 게 좋겠다고 했는데(과연 대통령은 그 부분에 조심을 하신 것 같다), 이제 보니 북한에 대해 불필요한 자극을 할 수 있는 말을 삼가는 게 좋겠다는 내용을 좀더 강조해 표현했어야 하는 걸 그랬다.
평화경제란 말은,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북한의 뜻과 잘 맞춰야 하는 일인데 이쪽에서 일방적으로 주창하는 걸 김정은이 달갑게 여기긴 어렵다. 그들은 한국이 이런 방식으로 남북관계를 주도하면서 앞서 나가는 것을 불편하고 불안하게 여기는 것 같다. 미국과의 협상을 앞두고,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별도 관리하겠다는 선언을 하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과 연계하여, 광복절 전의 대남 비방 기조를 최고조를 끌어올렸다. 작심한 듯 하다.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며, 험악한 쐐기를 박고 있지 않은가. 다음은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오늘 쏟아낸 말이다.
경축사를 발표한 문대통령을 향해 "보기 드물 게 뻔뻔스러운 사람"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 "어떻게 책임지려고 함부로 뇌까리는가" 따위의 욕을 퍼부으며, 인내심을 시험한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을 향해, 일단 북한이 세게 흔들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향후의 남북회담까지 일단 보이콧하는 선언도 했다. 이게 대통령 경축사에 대한 가장 신랄하고 심각한 논평이 되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이다. 이 리얼리티와 희망적 미래의 격차를 냉혹하게 인식하는 것이, 현재로선 시급한 당면과제가 아닐까 싶다.
이상국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