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보복] 일본계 저축은행, '제2의 IMF' 시한폭탄 될까

2019-08-0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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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일본 금융 자금회수 '트라우마'

SBI·JT친애·OSB·JT 총여신 11조원 규모

국내재원 조달多… 피해감수 가능성↓

자료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데일리동방] 일본의 경제보복이 금융권으로 확대될 거란 우려 속에 일본계 저축은행들이 이른바 '제2의 IMF위기'를 촉발할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당시 일본계 금융기관들의 갑작스런 자금 회수로 트라우마가 생긴 터라 이번에도 저축은행발 시한폭탄이 될 지 주목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달 1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조치한 1차 보복과 이달 2일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2차 보복에 이어 금융권으로의 3차 보복이 발생할 거란 관측이 제기된다.

시중은행들은 자산을 현금으로 즉시 전환할 수 있는 유동성과 관련, 고(高)유동성 외화자산 능력을 나타내는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이 금융당국의 기준을 크게 상회한다. 일본의 보복 확대에 준비태세를 갖췄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민금융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저축은행업계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IMF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일본계 금융기관들의 예고 없는 자금 회수에 나서 저신용자들에게 직격탄을 날릴 거란 우려에서다.

이같은 우려가 현실이 되면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제2금융권의 특성상 고객들 대다수가 고금리 사금융에 내몰려 파탄에 이를 정도의 충격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IMF위기 때와 현재는 "판이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SBI저축은행, JT친애저축은행, OSB저축은행, JT 등 일본계 저축은행의 자산이 대부분 국내 재원으로 조달된 게 20여년 전과 가장 큰 차이로 분석된다.

올 3월말 기준 우리나라에 소재한 일본계 저축은행의 총여신 규모는 약 11조원으로, 국내 저축은행업계 전체 여신(60조원)의 19% 수준에 달한다. 일본계 자금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이같은 자금을 일시에 회수해 간다면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 가능성은 적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본계 저축은행들의 상당수 영업자금에 국내 자금이 투입된데다 당초 일본측에 저축은행들이 인수될 당시, 출자금을 제외하고는 일본 자금의 직접적인 차입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계 은행들이 영업을 줄여 본인들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자금을 빼 갈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만일 일본계 저축은행들의 '자폭성' 보복이 이뤄진다 해도 국내의 다른 저축은행의 여유자금이 많아 '갈아타기'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일본계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일본에 배당한 적이 없고 일본에서 수익으로 잡을 수 있는 자금도 없다"며 "기본적으로 국내의 예대마진으로 운영되는 기관이기 때문에 일본계 저축은행이란 이유로 영업을 축소할 것으로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계 은행의 자금 회수가 자행되면 향후 국내 영업에는 발을 들여 놓지 못할 공산이 크다. '일본계'라는 인식이 낙인 찍혀 일본과의 경제·무역전쟁 수위가 낮아지더라도 국내에서 조달한 자금 효과를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으로 풀이된다.

비(非)일본계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일본계 저축은행의 보복이 이뤄지면) 금융상품 특성상 단기간에 급격한 매출 감소가 있진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해당 금융사의 신규 예금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일본측의 움직임이 감지되면 당국 차원의 사전 통제가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 원장은 "일본측이 출자금을 인출하기 위해서는 자본금을 줄이거나 제3자매각을 해야 한다"며 "금융위원회의 승인절차를 거쳐야 할 뿐 아니라 자본금을 줄이다 보면 자기자본대비 부채비율이 높아져 시정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햇살론, 미소금융 등 정책상품이나 9월부터 출시되는 사금융 대안상품 햇살론 17 등을 이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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