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1, 2차 경제보복이 금융권으로 확대될 거란 우려에 시중은행의 한 외화담당 관계자는 이같이 단언했다. 시장의 불안감을 막기 위한 '립서비스' 차원이 아니다.
자산을 현금으로 즉시 전환할 수 있는 유동성과 관련한 외화자산 능력을 충분히 갖췄다는 게 은행권이 제시하는 핵심 근거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高)유동성 외화자산 능력을 나타내는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에 대해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요구하는 가이드라인은 80% 수준이다. 국내 은행에서 외국계 자금이 급격히 유출할 경우 80% 이상 유동성을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일본이 은행권을 타깃으로 보복을 이어갈 심산이라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당시와 같은 방식이 쓰일 공산이 크다. 국내에 유입된 일본계 자금을 일시 회수해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복수의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이때 은행들의 외화 LCR이 80% 이하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국내 주요은행의 외화 LCR은 당국이 요구하는 기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는 걸로 나타났다.
5대 은행의 1분기 기준 LCR을 보면 KEB하나은행 140%, KB국민은행 110.72%, 우리은행 109.37%, NH농협은행 106.8% 수준이다. 신한은행도 1분기 평균 106% 가량으로 높은 수치를 유지했다.
이뿐 아니라 시중은행의 일본계 외화차입금 비중이 적은 것도 금융권 보복이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올해 6월말 기준 일본계 외화차입금은 10조6000억원으로 집계, 전체의 6.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본 본토의 기업 또는 개인이 우리나라 소재의 은행에 엔화를 예금해 해당 은행의 자산으로 잡혔을 때, 이를 갑작스럽게 회수한다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국내에 유입된 자금은 사실상 전무하다.
다만 일본계 은행을 통한 국내 은행들의 차입이 발생하는데, 이런 차입금 비중이 적은데다 정작 일본계 은행들이 대출 상환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게 시중은행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국내 은행들이 이자를 부담하고 있는 실정에서 일본계 은행들이 이자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을 거란 이유에서다.
예상치 못한 자금 회수에 대해 시중은행들은 탄탄한 준비태세도 갖췄다. 유동성 위기상황 시 자금이탈 가능성이 높은 도매 자금조달과 단기외화자금 조달에 대한 편중도 완화, 조달 수단 다변화를 추진하면서 대응력을 키웠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만기구조, 지역별 자금조달원 다변화를 통해 만기와 조달지역의 편중도를 완화하고 있다"며 "유동성 위기상황을 인식하면 리스크관리협의회에서 최종 유동성 위기 상황을 판단하고, 비상조달계획안을 의결해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실행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은행권이 일본 때문에 받을 타격은 없다"며 "일본계 은행의 이른바 '제로금리'인 걸 국내 은행권이 이용한다고 보면 된다. 위기상황 시 자금 유출을 충분히 커버가능한 수준으로 고유동성자산을 보유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