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7일 발간한 '경제동향 8월호'는 상반기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냈다. 투자·수출·소비 등 한국경제가 3중고를 겪고 있다는 게 KDI의 진단이다.
6월 소매판매액은 내구재를 중심으로 낮은 증가세를 보이고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감소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지난달 수출 금액에서도 반도체, 석유류가 부진한 결과를 드러내며 경제를 일으켜 세울 동력을 마련해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한국경제를 어렵게 한 요인으로는 수출 산업이 반도체 분야에 편중됐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2.6%에서 2018년 20.9%로 2배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이 같은 대내외 악재 속에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진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과 북한의 미사일 도발까지 겹치면서 지난 6일 코스피는 3년 1개월 만에 최저치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 역시 1200선을 상회하면서 외환시장은 원화 약세를 가리키는 모습이다.
일단 정부는 금융시장을 비롯한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우리 경제의 대외 건전성이 과거에 비해 개선됐으며 경제 기초체력에 대한 대외 신뢰가 여전한 상황"이라며 "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따라 상황별 시장 안정 조치를 신속하고 과감하게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정부의 판단과 달리, 전문가들은 자칫 금융위기의 망령이 고개를 들지 않도록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은다. 올해 경제성장 전망이 2% 초반대까지 예측되는 만큼 안일한 정책 대응은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 경제상황에서 2% 경제성장 기반이 무너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최소한 국내 산업 환경을 개선해 금융위기 상황으로 경제가 전이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그동안 한국 산업의 내부적 비용 충격이 컸던 만큼 시장 혼란을 줄이고 기업 활동이 보다 원활해질 수 있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