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스톰(크고 작은 악재가 동시다발로 일어난 초대형 위기)'에 대비하라."
한·일 갈등의 변곡점을 가를 운명의 날이 밝았다. 일본 정부는 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백색국가·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처리 여부를 결정한다. 일본이 끝내 강경일변도를 고수하면, 한국은 15년 만에 화이트 리스트 목록에서 사라진다.
문제는 '복합적 위기'로 다가올 한국 경제다.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는 '한국 공급 사슬 구조망'의 숨을 틀어쥐는 '게릴라식' 경제 보복 조치다. 1997년·2008년의 유동성 위기와는 다른, 제조업 침체를 중심으로 한 실물경제 위기가 '다층 악재'로 다가올 수 있다는 얘기다.
당·정·청은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를 '경제 전면전'으로 간주하고 예산·세제는 물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 등 안보까지 총동원하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일본의 경제 도발 직후 '대국민 담화'를 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시나리오에 따라 대응 수위를 정하는 '전략게임'에 뛰어든 셈이다.
◆15년 만에 닥친 백색국가 배제··· 1100개 규제 그물망
1일 정부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은 각의에서 의결·공포한 시점으로부터 21일 후인 이달 하순께 시행된다. 이 경우 총 1100개 품목이 강화된 수출 규제를 받는다. 지난달 4일 반도체 핵심 소재 3종(플루오린 폴리이미드·불화수소·감광액)만 콕 집어 타격한 일본이 한국 산업에 대한 '전방위적인 정밀 타격'에 나서는 셈이다.
앞서 일본이 칼을 겨눈 3종 세트는 정부의 '롱 리스트(후보 목록)' 1∼3번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우리가 가장 아프다고 느낄 1∼3번을 짚은 것"이라며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반도체 기업이 올해 1∼5월에 수입한 3종 세트의 일본산 비중은 최대 93.7%(플루오린 폴리이미드)에 달했다. 국산화가 어려운 품목부터 목을 죈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에 대한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가 발생하면, 반도체 산업 등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의 단기적 카드는 문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다. 문 대통령은 이르면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 공포 직후 대국민 담화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실화된다면, 문 대통령 취임 후 첫 대국민 담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135분 동안 청와대에서 관계 부처 장관과 상황 점검회의를 하고 일본 수출 규제 내용을 보고받았다.
◆대통령 대국민담화·WTO 제소··· 韓 맞불 경제보복 꺼내나
WTO 제소 카드도 유력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 결정 이후 양자협의요청서 제출을 시작으로, WTO 제소 발표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 경우 한·일 갈등은 외교를 넘어 '통상분쟁'이란 경제 보복전 양상으로 치닫는다.
한국은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와 관련한 WTO 제소에서 이긴 전례도 있다. 다만 상소심 최종 결과까지 3년 이상 소요되는 데다,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이 반대하는 점도 정부의 고민거리다.
정부의 그 다음 카드는 '맞불성 경제 보복 카드'다. 이는 일본의 2차 경제 보복이 얼마나 촘촘한 그물망을 형성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수위도 전략적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가장 유력한 카드로는 대일 수출 상위 품목 중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전자집적회로 관련 메모리(5억5200만 달러), 감광성 반도체 디바이스와 발광다이오드(3억4100만 달러),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부속품(3억2400만 달러·이상 한국무역협회 지난해 집계) 등이 꼽힌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 보복이 관세 인상 등의 '가격 규제'가 아닌 개별 수출허가제도 등의 '수량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상상 그 이상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서 일본이 규제한) 3종 세트의 생산과 수출이 각각 10% 감소하면, 국내총생산(GDP)은 연간 0.6∼0.9%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전 땐 'L자형 장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코스피·코스닥에서 증발한 시가총액만 85조원에 달한다.
한·일 갈등의 변곡점을 가를 운명의 날이 밝았다. 일본 정부는 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백색국가·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처리 여부를 결정한다. 일본이 끝내 강경일변도를 고수하면, 한국은 15년 만에 화이트 리스트 목록에서 사라진다.
문제는 '복합적 위기'로 다가올 한국 경제다.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는 '한국 공급 사슬 구조망'의 숨을 틀어쥐는 '게릴라식' 경제 보복 조치다. 1997년·2008년의 유동성 위기와는 다른, 제조업 침체를 중심으로 한 실물경제 위기가 '다층 악재'로 다가올 수 있다는 얘기다.
당·정·청은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를 '경제 전면전'으로 간주하고 예산·세제는 물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 등 안보까지 총동원하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일본의 경제 도발 직후 '대국민 담화'를 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시나리오에 따라 대응 수위를 정하는 '전략게임'에 뛰어든 셈이다.
1일 정부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은 각의에서 의결·공포한 시점으로부터 21일 후인 이달 하순께 시행된다. 이 경우 총 1100개 품목이 강화된 수출 규제를 받는다. 지난달 4일 반도체 핵심 소재 3종(플루오린 폴리이미드·불화수소·감광액)만 콕 집어 타격한 일본이 한국 산업에 대한 '전방위적인 정밀 타격'에 나서는 셈이다.
앞서 일본이 칼을 겨눈 3종 세트는 정부의 '롱 리스트(후보 목록)' 1∼3번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우리가 가장 아프다고 느낄 1∼3번을 짚은 것"이라며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반도체 기업이 올해 1∼5월에 수입한 3종 세트의 일본산 비중은 최대 93.7%(플루오린 폴리이미드)에 달했다. 국산화가 어려운 품목부터 목을 죈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에 대한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가 발생하면, 반도체 산업 등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의 단기적 카드는 문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다. 문 대통령은 이르면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 공포 직후 대국민 담화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실화된다면, 문 대통령 취임 후 첫 대국민 담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135분 동안 청와대에서 관계 부처 장관과 상황 점검회의를 하고 일본 수출 규제 내용을 보고받았다.
◆대통령 대국민담화·WTO 제소··· 韓 맞불 경제보복 꺼내나
WTO 제소 카드도 유력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 결정 이후 양자협의요청서 제출을 시작으로, WTO 제소 발표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 경우 한·일 갈등은 외교를 넘어 '통상분쟁'이란 경제 보복전 양상으로 치닫는다.
한국은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와 관련한 WTO 제소에서 이긴 전례도 있다. 다만 상소심 최종 결과까지 3년 이상 소요되는 데다,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이 반대하는 점도 정부의 고민거리다.
정부의 그 다음 카드는 '맞불성 경제 보복 카드'다. 이는 일본의 2차 경제 보복이 얼마나 촘촘한 그물망을 형성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수위도 전략적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가장 유력한 카드로는 대일 수출 상위 품목 중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전자집적회로 관련 메모리(5억5200만 달러), 감광성 반도체 디바이스와 발광다이오드(3억4100만 달러),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부속품(3억2400만 달러·이상 한국무역협회 지난해 집계) 등이 꼽힌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 보복이 관세 인상 등의 '가격 규제'가 아닌 개별 수출허가제도 등의 '수량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상상 그 이상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서 일본이 규제한) 3종 세트의 생산과 수출이 각각 10% 감소하면, 국내총생산(GDP)은 연간 0.6∼0.9%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전 땐 'L자형 장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코스피·코스닥에서 증발한 시가총액만 85조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