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 교육평론가는 “이번 재지정평가는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라는 큰 틀 안에서 진행됐지만, 점수와 관련된 기술적 문제”였다며 “상산고 부동의는 점수 차이가 굉장히 미세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상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내달 초 재지정 취소 결정을 앞둔 서울 소재 8개 자사고에 대해서는 “8개 자사고 중 탈락한 점수가 기준점수와 미세할 경우 상산고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교육부의 이번 결정이 내년 외국어고 재지정 평가로 확대될 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2020년 재지정평가를 앞둔 외국어고는 대원외고·명덕외고·이화외고·한영외고·대일외고·서울외고 등 6개교다.
서울외국어고는 2015년에 이어 2017년 재지정평가에서 기준점수인 60점을 넘어 외국어고 지위를 유지한 바 있지만, 현 교육부의 기류로는 통과를 자신하기 어렵다.
교육부가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철회 결정을 동의하지 않으면서 교육시민단체들은 양분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선 상산고 측은 교육부의 부동의 발표 직후 “오늘 교육부장관의 자사고 지정취소 부동의 결정은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평가가 형평성, 공정성, 적법성에 있어서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당연한 결과이자 사필귀정”이라는 환영의 성명서를 냈다.
재지정 취소 결정을 받은 안산동산고는 비상식적 평가라며 소송을 예고했다. 추후 법정에서 자사고 지위 여부를 두고 다툰다는 계획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상산고 불공정 평가를 교육부가 바로잡은 것은 사필귀정”이라며 “이를 계기로 고교체제 법정주의를 조속히 확립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교총은 “내년에는 외고와 국제고도 평가 대상인데 교육부가 고교 종류와 운영을 법률로 정해 정책에 일관성과 안정성을 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육시민단체인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이날 오후 4시 서울시교육청에서 “각 시도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 심각한 절차적 하자가 존재한다”며 “재지정 취소 결정에 동의를 한유은혜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결국 교육부가 교육청의 상산고 재지정 취소 결정에 부동의 함으로써 공교육 정상화를 포기했다”며 “고교체제개편의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한 채 책임을 떠넘기며 좌고우면하던 교육부는 오늘, 우리 교육사에 수치스러운 오점을 남겼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문재인 정부의 교육부가 이 공약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결정”이라고 강조하면서 “추후 있을 서울 소재 자사고 8개교 지정취소마저도 교육부에 의해 부정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추후 행동을 예고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교육부는 교육 기회 균등을 위한 사회적 배려 대상자 선발 항목에 대한 상산고의 적극적 선발의무가 없다고 결정해 면죄부를 주는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며 “재지정취소가 결정된 학교를 사회통합전형 비율 의무를 이유로 구제한 이번 교육부의 ‘부동의’ 결정은 정부가 교육 개혁은 물론 교육 철학에 대한 향방을 잃었다라고 밖에 평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자사고·외고 폐지를 통한 고교체제 개선’은 문재인 대통령의 10대 공약 중 하나다. 교육시민단체들 간의 논쟁과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의 권한쟁의심판 청구, 안산동산고의 행정소송 제기 등 법적인 다툼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