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에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불투명하고 일방적인 조치'라고 지적하면서 글로벌 산업을 위협에 빠뜨릴 수 있다는 강한 경고 메시지가 담겨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 무역갈등에 또 다른 변곡점이 될 것인지 주목된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성에 대한 글로벌 공감대 형성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24일 본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오늘 반도체 관련 수요·공급 기업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정보기술산업협회(ITI), 전미제조업협회(NAM) 등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감안해 한일 양국이 조속히 동 문제를 해결하고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을 촉구하는 공동명의의 서한을 저와 일본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 앞으로 발송했다"고 밝혔다.
유 본부장은 이어 "이처럼 미국의 업계도 일본의 조치의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는 만큼, 일본은 3개 품목에 대한 수출통제를 원상회복하고, 한국을 수출통제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개정안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불투명하고 일방적인(Non-transparent and unilateral) 수출 규제 정책의 변화는 공급망 붕괴, 출하 지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자국 내에서는 물론 외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과 노동자들에게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ICT 산업과 제조업의 장기적인 피해를 피할 수 있도록 두 나라가 이번 사안에 대한 신속한 해결을 모색하는 동시에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행동을 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이밖에 "더 폭넓게는 모든 국가가 수출 규제 정책을 변경할 때 투명성과 객관성, 예측 가능성 등을 담보할 수 있도록 다자간 접근 방식을 채용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공동서한에는 SIA, SEMI와 함께 컴퓨터기술산업협회(CompTIA), 소비자기술협회(CTA), 정보기술산업위원회(ITI), 전미제조업자협회(NAM)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애플, 구글 등 미국 대부분의 IT전자 업체들을 아우르고 있다.
미국 전자업계의 이번 공동서한은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로 인해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 업체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