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5년차 한중 FTA 협정 다시 살펴봐야

2019-07-1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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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지방상공회의소 초청으로 ‘한·중 FTA와 중소기업 활용방안’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더운 여름 날씨에도 불구하고 50명이 넘는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한·중 FTA가 우리 수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요? 수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한·중 FTA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사실 저희 업종은 관세장벽보다 비관세장벽이 더 문제입니다.“ 참석자들이 필자에게 던진 질문들이다. 한·중 FTA는 비관세장벽보다 관세장벽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한 20년 내 전체 교역 품목 90%에서 효과를 보는 것으로, 단기적인 것보다는 중장기적인 효과가 큰 협정이라고 볼 수 있다. 원칙적으로 선형철폐방식(linear Cut, 양허 기간 동안 매년 균등하게 관세를 내리는 방식)을 도입했고, 관세인하 효과도 조금씩 커져가고 있다.

사드 사태를 겪으며 주춤했던 한·중 간 교역규모도 다시 회복되면서 2017년부터 점차 확대되기 시작해 작년 한·중 양국 교역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중 FTA가 양국 간 교역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다.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수출하락세가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중국 산업경쟁력 성장을 얕잡아본 탓인지, 한·중 FTA 체결 이후 대중 수출보다 대중 수입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가장 대표적인 업종이 바로 자동차 분야로, 2015년 12월 한·중 FTA 발효 이후 한국의 대중국 자동차 부품 수출은 급락한 반면 대중국 수입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15년 약 65억 달러였던 대중국 자동차 수출액은 작년 30억 달러로 반 토막이 났지만 대중 수입은 13억 달러에서 15억 달러로 15%나 늘어났다. 매년 떨어지는 FTA 관세율보다 중국의 자동차 산업경쟁력이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관기관 자료에 의하면, 한·중 간 기술 격차는 2013년 1.1년에서 2015년 0.9년으로 줄었다가 2018년에는 0.6년에 이르렀다. 기술은 한국이 다소 앞서 있지만 전체적인 산업경쟁력은 이미 중국이 앞질렀다는 평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0년‧15년‧20년 후 관세 철폐가 의미가 없다는 애기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올 수밖에 없다. 사실 10년‧15년‧20년 후 무관세가 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때까지 우리 산업경쟁력이 중국보다 앞서 있을 거라는 확신도 없고, 가격경쟁력을 내세운 중국기업들의 기술추격속도는 더욱 빨라질 게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5년 전 체결된 한·중 FTA가 향후 10년 뒤의 중국 산업경쟁력 성장을 예측하지 못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철강·디스플레이·자동차 등 우리 주력산업이 점차 중국산 제품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그로 인한 우리의 수출경쟁력은 더욱 하락할 수밖에 없다.

최근 산업계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한·중 FTA 재협상의 필요성 및 후속협상에 대한 전략적 접근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한·중 FTA 미래효과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소비재 및 자동차, 원자재 등에 대한 관세율을 인하하고 있다. 중국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잠정관세 품목 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고, WTO 회원국 모두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최혜국대우(MFN) 관세 인하, WTO 정보기술협정(ITA) 양허관세에 따라 올해 7월 1일부터 회원국 대상으로 484개 IT 관련 품목에 대해 추가로 관세가 인하되기 시작했다. 또한, 한·중 양국 모두 회원국인 아시아태평양 무역협정(APTA)의 경우 작년 7월부터 2191개 품목에 대해서 관세가 인하되었다. 이처럼 대중국 수출에 있어 한·중 FTA가 유일한 대안이 아니라 선택사항이기 때문에 한·중 FTA의 존재감은 더욱 희석될 수밖에 없다.

올해 5년차를 맞는 한·중 FTA 협정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한국은 고부가가치 품목, 중국은 저부가가치 품목‘이라는 방향의 비대칭 개방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위협이 될 것이다. 향후 중국 산업경쟁력 성장과 한·중 간 교역구조를 감안한 좀 더 치밀한 한·중 FTA 추가협상도 고민할 필요성이 있다. 한·미 FTA 재협상처럼 강대국이 요구한다고 재협상이 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한·중 양국 경제는 서로 동조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의 산업경쟁력을 키워가며 상생할 수 있는 구조적 메커니즘을 찾아내야 한다.

지난달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담에서 한·중 양국 정상은 7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중 FTA 후속 협상의 조속한 진전과 지속적인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그에 따라 7월 17일부터 사흘간 제5차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서비스 무역, 금융서비스, 투자 분야)이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리의 대중국 상품수출 대비 서비스 수출은 그 증가세가 매우 크고, 양국 간 투자도 과거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이익과 미래적 관점에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후속협상의 핵심은 서비스 산업의 진입규제 및 중국시장 규제장벽을 없애는 것이다. 비록 한·중 FTA 후속협상이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유보목록에 기재한 내용을 제외하고는 서비스·무역 시장을 모두 개방하는 방식)이긴 하나 단순히 폭 넓은 서비스시장 개방보다 개방된 업종의 확실한 이행을 보장할 수 있는 근거 마련이 더욱 중요하다. 또한 현재 미·중 양국 간 논의되고 있는 양자투자협정(BIT) 내용을 최대한 반영시켜야 하고, 한·중 FTA가 다른 나라 대비 자유화 수준이 계속 확대될 수 있도록 추가 보충협정 방식의 접근이 가능하도록 지속적인 협상대응자세가 요구된다. 꺼져가는 한·중 FTA의 불씨를 살리는 노력이 시급해 보인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했다.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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