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내년도 최저임금, 지금은 '동결'이 최선

2019-07-2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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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 산업2부 부장]

프랑스 출신의 경제학자인 프레데릭 바스티아는 그의 저서 <법>에서 "자유의 침해를 막는 것이 법이 가진 역할의 전부"라며 "만약 법으로 누군가를 보호하려 한다면 이른바 ‘법의 약탈’이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특정계층의 혜택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는 다른 계층의 혜택을 빼앗아야하고 모든 것을 그대로 유지한 채 특정인 누군가의 효용만 증가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제도 마찬가지다. 표면적으로는 힘없는 자의 권리보호를 내세우지만 제도의 최종적인 수혜자는 소수의 힘 있는 정규직이라는 지적이다. 그들이 이면에 감춘 목적은 최저임금 인상에 뒤따른 자신들의 전반적인 임금수준의 향상이다.

결국 최저임금제는 ‘법’이라는 미명하에 특정계층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약탈에 불과하다. 정부는 일자리를 빼앗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원성을 잠재우기 위해 복지예산을 늘리게 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약탈이 또 다른 약탈을 낳는 꼴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의가 여전히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최저임금 막바지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경영계와 노동계가 날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전날 ‘보이콧’을 강행한 노동계 근로자위원 9명은 10일 회의에 복귀하면서 최저임금 삭감안에 대해 "재벌의 배를 채우기 위해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실낱 같은 임금인상 희망을 짓밟고 되레 목까지 조르겠다는 것”이라며 “참으로 인면수심”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 측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보다 4.2% 삭감한 시간당 8000원을 제시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기업들의 지불능력 등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 인상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15일까지는 최저임금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행 최저임금법상 내년도 최저임금 최종 고시 기한인 다음 달 5일까지 이의 제기 절차 등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촉박한 반면 경영계와 노동계 간의 의견 차가 너무 크다. 정부의 조정력이 얼마나 먹혀들지 모르나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은 단순히 임금을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노동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지속가능한 한국 사회 구축을 위해 속도 조절을 통해서라도 연착륙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최근 2년 동안 최저임금을 29.1% 인상했다. 5년 동안 60.3%가 인상한 것이다. 소득대비 한국의 최저임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4위다. 반면에 노동생산성은 OECD 29위다. 생산성은 낮은데 임금만 인상하면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OECD도 한국정부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노동생산성을 꼽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2.8%로 잡았던 올해 경제성장률을 올 들어 두 차례 조정해 2.4%로 하향했다. 우리나라 경제사정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의미다.

청와대와 여권 내에서 최저임금의 속도조절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배경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도 최저임금의 속도조절을 언급했고, 여당의 한 중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최저임금에 의존하는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빼앗고 소득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역설적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저소득층 하위 10%의 1분기 소득 감소가 1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최저임금인상의 근거 및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형국이다. 비록 취지가 좋아도 나쁜 결과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결코 좋은 정책이라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상승은 물가상승을 초래하는 요인이 된다. 이미 서민물가가 오른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갈비탕 값은 약 7% 껑충 뛰었고 서민의 대표적 음식인 김밥 역시 5% 상승했다. 냉면가격도 약 10% 올랐다. 임금이 올라도 물가가 상승하면 실질 구매력이 감소하는 피해를 입게 된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우선 지역별·업종별·규모별 특성을 고려해 차등 적용, 사업·취업의 숨통을 터주는 것이다. 일본을 비롯해 많은 나라가 도입해 효과를 봤다.

또한 영세 사업자를 범법자로 밀어내는 주휴수당 폐지를 검토할 때가 됐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최저임금은 올해 1만원을 넘었다. 외국에도 거의 유례가 없다.

다수의 국민은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와 고용에 충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결정되길 바란다. 한국경제학회 설문조사에서 경제학자 80명 중 33명(41.3%)이 동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책 수요자가 견딜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본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 박자 쉬어 가는 '동결'도 수용할 만 하다.

최저임금은 계속 올려야 한다. 그 돈이 어디서 나오든, 정부 재정이든, 자영업자의 주머니에서 나오든 저소득자들과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임금이 주어져야 한다. 최저임금 제도가 최저임금 선에 걸쳐 있는 노동자들과 그 이하에 있는 초저임금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이 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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