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2014년 초연부터 창극 최초로 관람연령 제한, 창극 최초 장기공연 도전, 창극 최초 차범석 희곡상 뮤지컬 극본상 수상 등 그 시작부터 화제의 중심에 선 작품이다.
여기에 2016년에는 창극 최초로 ‘세계 공연예술계의 심장’으로 통하는 프랑스 파리의 ‘테아트르 드 라 빌’에 올라 한국을 넘어 프랑스 관객들에게도 기립박수를 받는 등 흥행성과 작품성을 모두 갖춘 작품이다.
미성년자 관람 제한 작품이지만,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우리가 흔히 영화로 떠올리는 선정성과는 전혀 다른 색깔을 갖고 있다.
유쾌하고 기발한 고전의 재해석과 신선한 연출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극작가 겸 연출가 고선웅은 이번 작품 역시 대본과 연출을 동시에 맡았다.
그는 기존의 ‘변강쇠타령’을 희곡으로 다시 쓰면서 변강쇠에게만 맞춰져 있던 세상의 왜곡된 시선에 점을 찍고, 박복하지만 누구보다 당차게 살아가는 ‘옹녀’를 새로운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당시 남성 중심 사회에서 기구한 인생에 휘둘리는 여인이 아닌, 남편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당찬 ‘옹녀’의 모습은 당차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걸어가는 이 시대 모든 여성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옹녀가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전국 방방곡곡의 장승들과 민초들을 만나면서 조화와 화해를 향한 분쟁을 조정하고, 생명을 잉태해 돌보며 희망을 구현하는 주인공으로 변하는 과정은 유쾌하고 통쾌한 에너지를 전한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가 오랜 기간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또 하나의 이유는 적재적소에 배치된 음악이다.
작창과 작곡, 음악감독을 맡은 소리꾼 한승석(중앙대 전통예술학부 교수)은 국악그룹 ‘푸리’의 멤버이자 바라지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했으며, 2014년에는 음악가 정재일과 함께 월드 프로젝트 앨범 등을 발표하는 등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동갑내기인 고선웅과 한승석, 두 예술가는 작품 준비 당시 대본의 처음부터 끝까지 대사 하나하나, 장면 하나나에 심혈을 기울여 음악을 만들어냈다.
장면별로 딱 들어맞는 다양한 소리, 판소리와 민요, 혹은 정가와 비나리에서 가요까지 다양한 음악을 배치해 뮤지컬 무대와는 또 다른 한국적 흥겨움을 확실히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인간미 넘치는 스토리, 코믹함과 섹슈얼리티가 조화를 이룬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자칫 전통예술은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갖기 쉬운 관객들에게 창극이 가진 다양한 매력에서 헤어나오기 힘든 시간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