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일본의 네 가지 오류와 우리 정부의 두 가지 실책

2019-07-0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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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일 아베 정부가 발표한 한국 수출 규제 카드에는 ‘사오이실(四誤二失)’의 심각한 문제가 숨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일본 측의 네 가지 오류와 우리 정부의 두 가지 실책이다.

일본이 범한 첫째 오류는 신뢰의 오류다. 세계 최고의 규범국가로 인정받아온 이 나라가 한국의 역사문제에 대한 입장을 굴복시키기 위해 스스로 그 규범을 팽개친 일이다. 명백히 정치적 목적에 무역을 이용함으로써 자유무역 원칙을 지키는 국가로서의 신뢰를 의심케 만들었다. 그런 일을 하면서, 한국이 국제법상 나라와 나라의 약속을 어겼다며 신뢰를 들먹였다. 무역제재를 고민하면서, 국제 규정에 저촉되지 않을 만한 ‘회색지대’에서 한국의 약점을 찾으려고 고민한 사람이 누구던가.
두 번째 오류는 방법의 오류다. 지난날 맺은 한일청구권 협정문서에 ‘양국 간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확인한다’는 구절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이 이 구절을 지키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항의나 비판은 어디까지나 외교적 행위로만 이뤄져야 하는 게 상식이다. 급소를 찌르는 경제보복으로 한국정부를 압박해서 바로잡을 수 있는 문제라고 보는가. 그것은 문제 해결이 아니다. 식민지 시대에 행했던 압제에 대한 피해자들의 요구가 경제제재로 풀 사안인가. 

세 번째 오류는, 보복의 오류다. 보복은 한·일 간에도 힘의 논리를 확산하는 일일 뿐이다. 양국이 교류를 줄이고 단절하는 방식으로 나아간다면 일본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무엇인가. 이번 수출제재를 통해 양국에게 쌓일 불신과 앙금은, 일본의 대국정치를 오랫동안 의심받게 할 것이다. 기업들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글로벌화한 경제 시스템에서, 국가가 채택한 무리한 보복은 어떤 형태로든 스스로에게 돌아가는 부메랑이 될 수밖에 없다고 일본 언론조차 걱정하는 판이다.

네 번째 오류는, 정치적 오류다. 일본의 우경화를 겨냥해 한국에 강공하는 대책을 내놓았다는 시선이 많다. 특히 이달 21일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겨냥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정치를 위해 국가간에 유지되어야 할 관계의 품격을 희생시키는 일의 위험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으며, 그런 선택 자체가 옹색하고 저열한 일임에 틀림없다. 

물론 일본을 탓하고만 있을 문제는 아니다. 급박하게 진행되는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건 우리 쪽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 정부의 이실(二失)을 지적하는 입들이 많다. 첫째의 실책은, 무능의 실(失)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8개월의 기간 동안 반일감정만 고조시킨 것 외에 정부가 한 일이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갈등이 예견되는 문제임에도 협상채널을 제대로 가동하지도 못했고,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폭탄’을 맞은 셈이 됐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됐다.

둘째는 책임의 실(失)이다. 정부로서는 아베를 욕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또 기업들에게 일을 떠넘길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정치적 해결 부재가, 애꿎은 기업에게 큰 리스크를 안기게 된 만큼, 정부는 지금이라도 일본과의 접점 탐색에 나서야 한다. 진정한 국가 자존심은, 자국 기업들의 곤경을 앞장서서 해결하려는 집중된 노력에 있지 않을까. 지금의 그 침묵과 여유가 국민을 더 불안하게 한다.

                               이상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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