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근은 그날 담화문에서 남한당국자들을 지목하며 "저들도 한판 끼어 무엇인가 크게 하고 있는 듯한 냄새를 피우면서 제 설 자리를 찾아보려고 북남 사이에도 여전히 다양한 경로로 그 무슨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듯한 여론을 내돌리고 있다"고 격하고 경멸적인 비난을 퍼부은 바 있다.
그의 행적은 그간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2014년 10월22일 뉴욕본부에서 내놓은 사진에 그 얼굴이 들어있었다. (아주경제 6월29일자 단독보도 - <'북의 통미봉남 시리즈' 권정근은 어떤 인물인가> 참조)
권정근이 국제무대에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2018년 11월 북미 고위급 회담을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폼페이오 장관이 "대북 경제제재는 그들이 핵프로그램을 제거했다는 점을 우리가 검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자, 외무성 미국연구소 소장의 직함을 지니고 있었던 권정근이 나서서 미국이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지난 4월 채택한 경제건설 총집중 노선에 다른 한 가지가 추가돼 '병진'이란 말이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병진'이란 경제건설과 함께 핵개발을 동시에 주력하는 노선을 뜻한다. 즉 핵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으름장이었다.
2019년 하노이회담이 결렬된지 두 달 뒤인 4월에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을 독재자로 지칭한다. 이때 북미국장 권정근이 나서서 폼페이오를 협상 총책임자에서 자르라고 요구한다. "하노이 수뇌회담의 교훈에 비추어 보더라도 일이 될 만하다가도 폼페이오만 끼어들면 일이 꼬이고 결과물이 날아가곤 했다, 폼페이오가 회담에 관여하면 또 판이 지저분해지고 일이 꼬일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가, 지난 4월 발언과 최근 6월 담화문에서, 김정은과 트럼프의 친분이 돈독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점은 눈에 띈다. 두 사람의 채널이 구축되어 있으며 상호 소통과 교감을 통해 언제든지 회동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판문점 회동은 '트위터'로 시작해 두 사람의 즉각 합의로 성사된 만큼 그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게 된 셈이다.
이상국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