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리뷰]판문점에 나타난, 국제무대 싸움닭 권정근

2019-07-0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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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오사카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한당국자들'을 지목하며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냈던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권정근이 사흘 뒤인 30일 북미 판문점 정상회담장에 얼굴을 내밀었다. 판문점 자유의집 로비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처음으로 포착된 것이다. 그 전날 밤 한미 정상의 청와대만찬에 비건이 보이지 않았는데, 이때 그는 판문점으로 가서 권정근을 만나 북미 정상회동 공식문서를 건넸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의 트위터 제안 때 긍정적 반응을 보였던 북한은 회동을 위한 정식 요청문서를 미국에 요구한 바 있다.)

 

[지난달 30일 판문점 자유의집 로비에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오른쪽)가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권정근은 그날 담화문에서 남한당국자들을 지목하며 "저들도 한판 끼어 무엇인가 크게 하고 있는 듯한 냄새를 피우면서 제 설 자리를 찾아보려고 북남 사이에도 여전히 다양한 경로로 그 무슨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듯한 여론을 내돌리고 있다"고 격하고 경멸적인 비난을 퍼부은 바 있다.
 

[2014년 10월 유엔본부에서 공개한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참사관 김성과 권정근(오른쪽). ]


그의 행적은 그간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2014년 10월22일 뉴욕본부에서 내놓은 사진에 그 얼굴이 들어있었다. (아주경제 6월29일자 단독보도 - <'북의 통미봉남 시리즈' 권정근은 어떤 인물인가> 참조)

당시 유엔총회는 김정은을 국제 형사재판소에 회부하는 결의를 했고 그것을 안보리로 보낸다. 이 때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참사관이었던 김성과 권정근이 '재판소 회부'를 불발시키는데 활약을 펼친다. 쿠바를 설득해 김정은 안건을 제외한 개정안을 내도록 작업을 했다. 이 쿠바개정안은 표결에 올라갔지만 채택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비동맹국가들의 여론을 만들어 내는 성과를 얻었다. 이후 3년간 김정은 재판소 회부 문제가 논의되었으나 안보리의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로 무산된다. 이런 과정에서 권정근은 김정은의 결정적인 신임을 얻는다.

권정근이 국제무대에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2018년 11월 북미 고위급 회담을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폼페이오 장관이 "대북 경제제재는 그들이 핵프로그램을 제거했다는 점을 우리가 검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자, 외무성 미국연구소 소장의 직함을 지니고 있었던 권정근이 나서서 미국이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지난 4월 채택한 경제건설 총집중 노선에 다른 한 가지가 추가돼 '병진'이란 말이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병진'이란 경제건설과 함께 핵개발을 동시에 주력하는 노선을 뜻한다. 즉 핵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으름장이었다.

2019년 하노이회담이 결렬된지 두 달 뒤인 4월에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을 독재자로 지칭한다. 이때 북미국장 권정근이 나서서 폼페이오를 협상 총책임자에서 자르라고 요구한다. "하노이 수뇌회담의 교훈에 비추어 보더라도 일이 될 만하다가도 폼페이오만 끼어들면 일이 꼬이고 결과물이 날아가곤 했다, 폼페이오가 회담에 관여하면 또 판이 지저분해지고 일이 꼬일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가, 지난 4월 발언과 최근 6월 담화문에서, 김정은과 트럼프의 친분이 돈독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점은 눈에 띈다. 두 사람의 채널이 구축되어 있으며 상호 소통과 교감을 통해 언제든지 회동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판문점 회동은 '트위터'로 시작해 두 사람의 즉각 합의로 성사된 만큼 그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게 된 셈이다. 

                                     이상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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