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원·달러 환율의 향방은 미국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안도감으로 환율이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겠지만, 무역분쟁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하 결정 시기에 따라 연말께 달러당 1200원을 넘길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7.2원 오른 달러당 1166.0원에 장을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협상이 재개된 지 2거래일 만에 위험 선호 분위기는 희석됐다는 반응이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무역협상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금리 인하를 촉진하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현재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연내 50bp까지 인하할 것을 반영하고 있는데, 예상보다 금리 인하 속도가 더뎌지면 환율은 올라가게 된다.
상황이 이렇자,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는 원·달러 환율이 하락기를 마무리하고 상승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미국의 움직임에 따라 환율이 요동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다. 당장은 무역협상 재개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트럼프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환율에 집중될 전망이다.
환율은 미국의 관세부과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무기'다. 미국은 1985년 일본과의 무역분쟁 당시 '플라자 합의'를 통해 엔화 강세를 유도, 일본의 전자·반도체 산업을 몰락시킨 전례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재선을 위한 노림수로 환율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대로 재선까지 무역분쟁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면 환율도 덩달아 요동치게 된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연합(EU) 사이 무역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1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유럽의 민간항공기 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미국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89개 항목 40억 달러 규모의 EU 수입품에 관세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중국과의 무역전쟁 휴전이 성사되자마자 '대서양 동맹'인 EU에 화살을 돌린 것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지속되는 점도 강(强)달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가 개선되고 미국의 개선 속도가 더 빠른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기는 둔화되고 이에 비해 미국의 둔화 속도가 더디기 때문에 안전자산 비중이 커지게 될 것"이라며 "달러당 1200원을 뚫으려는 테스트가 수시로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