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고리를 개선하고 갑질 기업에 과징금 철퇴를 내리는 등 김상조식 공정경제가 지난주 일단락됐다. 취임 초기 '김상조 효과'에 힘입어 신고를 통한 '을'의 반란이 시작됐다. 다만, 올해엔 공정경제가 혁신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을 뿐더러,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마지막 문턱인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도 국회에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경제민주화가 여전히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당초 김상조식 경제민주화의 스케줄은 1년차, 2년차, 3년차로 구분된다.
1년차엔 갑질근절이 먼저 도마에 올랐다.
8월에는 유통분야와 관련, △납풍수량 계약 명시 △과징금 부과율 2배 상향 △판매수수료 공개 대상 확대 등의 대책을 선보였다.
지난해 말께는 하도급 대책도 쏟아졌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및 하청업체 기술 유용을 차단하기 위해 기술유용심사지침을 개정했다. 중소협력사의 기술 탈취 시 손해액의 최대 10배까지 배상하는 대책도 손꼽힌다.
소비자 권익보호를 위해 리콜제도를 강화하는 동시에 소비자피해 구제기관도 늘렸다. 인명과 관련된 사고 발생에 대한 범정부 대응매뉴얼도 펴냈다.
2년차엔 재벌 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자발적인 지배구조개선을 외치면서 재벌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 결과 2017년 9월 10개 대기업집단, 282개 순환출자고리에서 지난달 말 3개 대기업집단, 12개 순환출자고리 등으로 지배구조가 상당부분 개선됐다.
김 전 공정위원장의 '자발적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메시지가 재벌에 전달된 셈이다. 순환출자고리가 남아 있는 3개 그룹 역시 올해 안에 대부분 지배구조 개선을 마무리 짓는다.
순활출자고리 해소에 대해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경영 투명화 △총수의 경제력 집중 억제 등이 재계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공정위가 심혈을 기울여 공정거래법 제정 이후 38년만에 전부개정안을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했는데도, 해당 논의는 올 상반기를 지나쳐버렸다.
국회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서도 밀려나면서 경제민주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 전 위원장이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김상조식 3년차 개혁 일정에도 차질을 빚게 된 셈이다.
일각에선 공정위의 개혁 의지가 올 들어 상대적으로 약화됐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법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경제민주화 태스크포스(TF) 팀의 역할에도 의문을 갖는다.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 한 고위 관계자는 "경제민주화는 공정위만 나서서 할 수 없는 만큼 범부처 차원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분위기에 휩싸여 공정경제 실현을 위한 역할에 소홀히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