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6일 미국 상무부의 전격적인 ‘화웨이(华为) 제재’ 발표로 미·중 무역전쟁은 ‘기술전쟁’으로 확전(擴戰)되었다. 미국은 동맹국과 주요 국가들에게 적극 동참을 요구하며 화웨이 제재의 ‘글로벌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놀란 중국은 이의 확산을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중국 내부의 네 가지 반응
활동 무대가 주로 중국인 필자는 중국 전문가들과의 현지 TV토론, 좌담회, 포럼, 중국 언론 인터뷰 및 그들이 발표한 문장의 분석 등을 통해 미·중 무역전쟁과 기술전쟁 확산에 대한 중국 내부의 반응을 살펴왔다. 지금까지의 분석을 중간 정산하자면, ‘화웨이 딜레마’로 대표되는 미·중 기술전쟁에 대한 중국 내부의 현지 반응은 △친공파(親共派) △강경파 △온건파 △협상파(친미파)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일부에서는 ‘민족주의파(민족파)’라고 표현하지만, 필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들의 발언은 사실상 ‘중공’의 입장을 대변하는 ‘친공파’가 더 적합하다. ‘강경파’와 ‘온건파’는 ‘중공’보다는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들도 ‘민족주의적’인 저항 의지가 있다. 미국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비판받는 ‘친미파’의 의견에도 ‘애국(愛國)·애족(愛族)’의 입장이 담겨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부류는 ‘강경파’와 ‘온건파’이다. 이들은 장기적으로 ‘중국’을 고려하며, 미국에 대한 대응 전략의 방식과 강도(强度)의 차이로 구분할 수 있다. ‘강경파’의 대응 방식은 ‘친공파’와 유사하게 강경한 대응을 주문하고, ‘온건파’는 ‘강경파’의 논지처럼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지만, 대응의 방식과 조치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고, ‘협상파’와 유사한 반응을 보인다.
네 번째 부류는 미국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하여 ‘친미파’로 비판받는 ‘협상파’이다. ‘협상파’는 장기적인 관점과 현실적인 중국의 현 상황을 고려하면, 현재는 미국과의 협상이 최선이며, 특히 첨단기술 분야는 장기간 ‘도광양회(韬光养晦)’가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작년 미·중 무역전쟁 초기부터 ‘결사항전’을 주장해 온 ‘친공파’와 ‘강경파’는 미국과의 협상을 주장하는 ‘협상파’를 미국을 대변한다며 ‘친미파’로 몰아붙였다. 주로 미국 화교와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 전문가들이 여기에 해당되지만, 지금은 중국 내부에도 ‘협상파’의 입장이 존재한다.
봉황위성 TV토론으로 본 중국의 위기감
필자는 6월 1일에 방영된 봉황위성의 국제정세 TV토론에 참여하여 중국 전문가들이 미국의 화웨이 제재를 어떻게 보고 있으며, 중국이 향후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를 현실감 있게 경험했다.
토론의 대제목과 4단계로 구분된 소제목이 중국이 당면한 현실적인 고민을 대변한다. 이번 대주제는 “백악관의 ‘칩(chip)’ 격랑(激浪) 조성, 화웨이는 겨울을 맞이했을까?”이다. 이번 주제는 사실상 중국의 ‘기술 굴기’ 프로젝트인 ‘중국제조2025’의 동면(冬眠) 가능성을 겨냥했다. 중국은 초조하다.
중국의 위기감은 네 가지 소제목에 숨어있다. △미국의 연속된 공격, 봉쇄된 화웨이는 최선을 다해야 △중국은 기술적으로 ‘탈 미국화’를 할 수 있을까? △미국의 중미 기술전쟁, 다음 목표는 어디인가? △화웨이의 히든 카드, 칩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 등이 그것이다. 이번 토론은 ‘친공파’ vs ‘친미파(협상파)’, ‘친공파’ vs ‘온건파’ 간의 격렬한 논쟁을 야기했다.
‘친공파’는 미국이 ‘화웨이 제재’로 화웨이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던 5G 사업과 스마트폰 사업이 잠시 영향을 받기는 하겠지만 이는 전혀 문제없다고 주장한다. 화웨이는 오래 전부터 이러한 상황을 예견하여 주요 부품을 비축해 왔고, 아직 출시하지 않았지만 안드로이드 OS를 대체하기 위한 개발도 완료하는 등의 준비를 했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이 화웨이 제재를 전 세계로 확대하려고 하지만 이는 미국의 국내 서비스 산업에도 영향을 줄 뿐 아니라, 화웨이와 중국은 이미 해외에 수 많은 국가들과 협력체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실패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반면에, ‘친미파’로 비판받는 ‘협상파’와 ‘온건파’는 중국이 지나치고 과도한 기술적 자신감을 경계해야 한다며 ‘친공파’를 공격했다. 솔직하게 중국의 기술적 현실과 한계를 직시하고, 장기적인 대응을 준비해야 함과 동시에, 지금은 과도한 객기를 부릴 것이 아니라 미국과 협상을 통해 문제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자가 ‘온건파’로 분류한 한 패널의 말에 중국의 고민이 압축되어 있다. “예상되는 가장 나쁜 국면은 미국에서 가장 강경파인 ‘볼턴’이 정책을 좌우하고, 중국에서는 ‘민족주의자’가 정책을 주도할 경우이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가장 어려운 위기에 직면했다.
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이사장, 중국 차하얼학회(察哈尔学会) 고급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