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벤처펀드 투자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수익률이 살아나기 시작했어도 아랑곳없어, 투자자를 붙잡을 새로운 유인이 필요하겠다.
◆설정액 최고치 대비 4분의 1로 줄어
정부는 애초 벤처기업을 키우려고 코스닥벤처펀드에 여러 혜택을 주었다. 공모주 우선 배정이나 소득공제가 대표적이다. 내년까지만 가입하면 10%까지 소득에서 공제(한도 300만원)한다.
그래도 당근이 부족해 보인다. 코스닥은 2018년에만 15% 넘게 하락했다. 그러는 바람에 코스닥벤처펀드도 같은 해 10%를 넘나드는 손실을 냈다. 거꾸로 올해 들어서는 코스닥벤처펀드가 11%를 넘어서는 수익을 내고 있다. 같은 기간 수익률이 3%에 그친 국내주식형펀드를 크게 앞서는 성과다.
코스닥벤처펀드 성과가 좋아졌지만 투자자를 안심시키기에는 부족하다. 설정액이 가장 큰 KTB자산운용 코스닥벤처펀드 수익률은 출시 이후 -0.29%를 기록하고 있다. 성과가 가장 나쁜 KB자산운용 코스닥벤처펀드는 지금까지 16%에 가까운 손실을 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 분위기는 무역전쟁 여파로 여전히 불안하다"며 "코스닥벤처펀드 투자자는 수익률 회복세를 환매 기회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펀드가 살 수 있는 자산 제약도 부담
코스닥벤처펀드는 혜택뿐 아니라 제약도 많다. 자산 가운데 50% 이상을 코스닥 상장법인이나 벤처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메자닌(주식인수권을 부여하는 채권)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주요 자산운용사가 주식에 직접 투자하기보다는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사들였다. CB나 BW는 주식으로 바뀔 수 있어 잠재적인 대량 매물이다. 이를 발행한 벤처기업 신용등급이 높지 않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CB 발행액은 최근 1년 사이에만 4조원에 달했다. 발행건수도 323건에 이르고 있다. 이 가운데 약 65%에 해당하는 211건은 표면금리를 0%로 제시했다. 무조건 비중을 맞추어야 하는 자산운용사가 채무자를 우위에 올려놓은 것이다. CB 발행액은 올해 1분기에도 7000억원에 가까웠다.
미·중 무역분쟁과 그에 따른 경기 둔화는 하반기에도 코스닥을 괴롭힐 수 있다. 코스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바이오 업종이 부당회계 논란에 휘말려 있는 점도 부담스럽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메자닌은 매력적인 투자처"라며 "그렇지만 (대량 매물 출회로) 주가를 희석시킬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