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영국이 오는 17일 열리는 양국간 10차 경제·금융대화에서 후룬퉁 개통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중국 21세기경제보가 권위있는 소식통을 인용해 14일 보도했다.
후룬퉁은 상하이·런던 거래소를 서로 연결해 상장기업이 상대 증시에서 주식예탁증서(DR)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하면 상하이거래소에 상장된 중국기업은 런던거래소에서, 런던거래소에 상장된 외국기업은 상하이거래소에 상장되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직접 상호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거래하는 방식의 후강퉁(滬港通, 상하이~홍콩증시 교차거래), 선강퉁(深港通, 선전~홍콩증시 교차거래)과는 차이가 있다.
실제로 런던증권거래소도 12일 저녁(현지시각) 후룬퉁 개통에 필요한 모든 준비가 완료됐다며 기업들의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사실 후룬퉁은 약 4년 전인 2015년 10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처음 거론되며 타당성 검토에 들어갔으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의 이유로 그동안 진척이 더뎠다.
하지만 최근 미·중간 무역전쟁 격화로 미국의 대중 공세가 거세진 가운데 중국이 후룬퉁 개통을 서두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중국기업들은 런던증시에 상장해 자금조달 채널을 다양화함으로써 중국 주식시장 불안에 따른 유동성 충격을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 있다. 또 무역전쟁 격화 속 중국기업에 적대적인 미국 자본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데도 도움이 된다. 런던시장이 미국증시의 또 다른 대체지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시장은 후룬퉁 개통으로 화타이증권에 이어 더 많은 중국기업들이 런던증시로 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실 중국 지도부가 앞서 13일 커촹반을 서둘러 개장한 것 역시 무역전쟁을 의식한 결과였다. 중국 자본시장 개혁의 획기적인 조치로 평가받는 커촹반은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11월 초 처음 언급하고 나서 220일 만에 개장됐다. 이는 미국과의 기술패권 전쟁에 임하는 중국이 하이테크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자금조달 채널을 만들어 준 것이라는 해석이다.
더불어 중국 지도부는 금융시장을 추가로 개방할 것임도 예고했다. 앞서 13일 상하이에서 열린 루자쭈이(陸家嘴) 금융포럼에서 이후이만(易會滿)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주석이 직접 금융시장 추가 대외개방 조치를 언급했다고 중국 경제참고보는보도했다.
여기에는 외국인적격기관투자자(QFII) 위안화 외국인적격기관투자자(RQFII) 제도를 손질해 해외기관의 중국 자본시장 참여를 수월하게 하고, 합자증권사·자산운용사 설립 시 외국인주주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외자은행의 중국 펀드위탁 사업 진입 문턱을 낮추고, 선물·채권시장 개방을 확대하고, 외자 사모펀드운용사 의 후강퉁·선강퉁 거래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외국기업이 좀 더 수월하게 중국에서 판다본드(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이중 일부 조치는 상하이에서 먼저 시범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