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워싱턴DC에서 브리핑을 통해 "미국은 이란이 이번 공격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같은 판단은 첩보, 사용된 무기, 작전 수행에 필요한 전문지식 수준, 최근 유사한 이란의 선박 공격,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어떤 대리 그룹도 이처럼 고도의 정교함을 갖추고 행동할 자원과 숙련도를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근거한다"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이 앞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이제 그 약속을 지키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이 공격을 가한 이유가 "미국의 성공적인 최대 압박 작전의 해제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유 없는 공격들은 국제평화와 안보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자 항행의 자유에 대한 노골적 공격이며 용납할 수 없는 긴장 고조 활동"이라고 규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나는 개인적으로 이란과 협상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느낀다"며 이란과 당분간 협상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앞서 13일 오전 오만 해상에서 노르웨이 선박과 일본 업체가 임차한 선박 등 유조선 2척이 어뢰 공격을 받아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선원들은 모두 탈출했고, 인근을 지나던 다른 상선에 전원 구조됐다.
다만 이번 공격의 배후를 이란으로 단정하기에 너무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고위 정부 관료는 이번 공격에 이용된 어뢰가 이란의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만수르 알 오타이비 유엔 주재 쿠웨이트 대사 역시 "조사가 아직 진행되고 있다"면서 "아직 누구를 비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배후설을 부인했다.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일본 총리와 이란 최고 지도자가 면담하는 시간에 맞춰 일본 관련 유조선이 공격받은 것이 매우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한 달 전 공격 역시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벌인 행위라고 주장해왔다.
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국영 TV 연설에서 "페르시아만에서 치안의 확보는 가장 중요한 과제"라면서 "이는 이란뿐 아니라 중동과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중요하다. 우리는 항상 평화와 안전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이란 핵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면서 급격히 얼어붙기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후 대이란 제재를 강화해왔고 지난 5월에는 이란산 석유 수출도 금지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경고한 것도 이때다.
미국 리스크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은 "이번 공격으로 중동에서 미국과 이란이 무력 충돌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면서 현재 그 가능성을 30%로 봤다. 아울러 "이 사건은 걸프 지역 원유 수송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항해의 자유를 보호하는 미국의 능력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