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 "中, 꼭 가야하는 시장인데"…높기만 한 만리장성

2019-06-1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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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상품 부재 · 제품 카테고리 확장 한계 직

중국시장 내 글로벌 뷰티 기업 경쟁 심화

중국 로컬 브랜드, K뷰티 독자적 경쟁력 상쇄

[사진=아모레퍼시픽]

[데일리동방]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이하 아모레G) 회장이 고급 화장품·향수 브랜드로 중국에 다시 한 번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이하 아모레)은 중국 화장품시장 규모와 브랜드별 점유율에서 10위권에도 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중국의 높은 시장벽을 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화장품(생활용품 포함)시장 규모와 브랜드별 점유율에서 아모레는 TOP10 순위에 들지 못했다.

1위는 로레알파리(3.6%)가 차지했고 바이체링 등 중국 브랜드들이 뒤를 이었다. 아모레는 이니스프리가 17위(1.1%), 라네즈가 37위(0.6%)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중국 화장품시장은 620억달러(약 73조원)로 미국(895억달러)에 이은 세계 2위다. 서 회장은 일찍부터 ‘중국은 반드시 가야하는 시장’이라며 중국 공략을 강조해왔지만 중국의 벽은 높았다.

아모레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방어미사일체계) 문제 이후 부진이 10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다. 올 1분기 매출은 1조4513억원,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21%가 빠져나간 1866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사업매출도 영업이익이 44% 감소한 459억원에 그쳤다.

이는 해외매출 비중(37%)이 높은 아모레가 중국시장에서 부진한 영향이 크다. 그러나 아모레는 사드 보복을 넘을 만한 혁신 상품이 없고, 제품 카테고리 확장 측면에서도 한계에 직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모레는 2002년 라네즈를 시작으로 2011년 설화수, 2012년 이니스프리, 2013년 에뛰드하우스로 중국 화장품시장을 공략해왔다. 올해 하반기에는 하반기 천연 화장품 브랜드 ‘프리메리’와 향수 브랜드인 ‘구딸 파리’로 출시할 예정이다.

LG생활건강이 사드쇼크 이후 럭셔리 프리미엄 제품으로 역량을 집중시키면서 빠르게 사드이슈를 극복하고 성장률을 회복한 것과 사뭇 다르다. 이에 서 회장도 중국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프리미엄 브랜드 진출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 실적 추이[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

그러나 중국시장에서의 글로벌 뷰티 기업 간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화장품시장이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시장은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시세이도뿐 아니라 미국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화장품업체들이 중국에서 중장기 성장을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실적이 탄탄한 글로벌 브랜드들은 마케팅 비용 부담을 기꺼이 짊어질 수 있지만 그에 비해 아모레는 부담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미 판매비와 관리비가 매출액의 70%를 상회하는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시장 상황도 아모레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커머스 채널을 중심으로 한 중국 로컬 브랜드도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더불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분위기 고조로 아모레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아모레의 주가는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경색되기 시작한 지난달 들어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달 사이 낙폭이 15%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이미 다양한 K뷰티 모방 제품이 나왔고 한국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업체를 활용한 중국 로컬 브랜드가 생겨 K뷰티의 독자적인 경쟁력이 상쇄됐다”며 “K뷰티가 아시아를 넘어서 글로벌 브랜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컬러 코스메틱, 바디케어, 헤어케어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저변을 넓히는 장기적인 고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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