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중동의 강호 이란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고도 아쉬운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 6월 A매치 두 번째 평가전에서 후반 13분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선제골이 터졌으나 후반 17분 김영권(감바 오사카)의 자책골로 1-1 무승부에 그쳤다.
한국은 7일 호주를 1-0으로 이긴 뒤 이날 이란에 비겨 6월 A매치 2연전을 1승 1무로 마감했다. 벤투호는 오는 9월 시작되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위해 9월초 다시 소집될 예정이다.
아시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가장 높은 이란(21위)을 상대로 한국(37위)은 전혀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펼쳤다. 이날 한국은 지난 호주전보다 훨씬 좋은 경기력으로 이란을 상대했다. 빌드업 과정도 매끄러웠고, 위협적인 득점 기회도 많았다. 하지만 황의조의 선제골 이후 리드를 지키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벤투 감독은 이란을 상대로 손흥민(토트넘)과 황의조를 최전방 투톱 스트라이커로 내세운 4-1-3-2 전술을 꺼냈다. 손흥민은 7일 호주전에 이어 2경기 연속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고, 호주전에서 교체 투입돼 결승골을 터뜨렸던 황의조는 이날 선발로 투입돼 손흥민과 호흡을 맞췄다.
황인범(밴쿠버)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고 좌우 날개에 나상호(FC도쿄)와 이재성(홀슈타인 킬)을 배치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백승호(지로나)가 처음 맡았다. 좌우 풀백은 홍철(수원)과 이용(전북)이 책임졌고, 중앙 수비는 김영권과 김민재(베이징 궈안)가 지켰다. 골키퍼는 조현우(대구)가 맡았다.
한국은 전반 내내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중원 다툼은 격렬했고, 날카로운 역습을 주고받았다. 주도권은 한국이 잡았다. 전반 15분 손흥민의 오른쪽 코너킥을 김영권이 헤딩으로 받았으나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란의 매서운 공세는 조현우의 선방으로 막아냈다. 전반 24분 황의조의 왼발슛과 41분 손흥민의 왼발 중거리슛도 상대 골키퍼의 슈퍼세이브에 막혀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한국은 전반 43분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으나 운이 없었다. 이용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나상호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 논스톱 슛을 했으나 크로스바 안쪽을 맞고 골라인 바깥쪽으로 살짝 벗어나 떨어져 골로 인정되지 않았다. 전반은 0-0으로 소득 없이 끝났다.
한국은 후반 초반 위기를 맞았다. 후반 10분 이란의 아흐마드 누롤라히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때린 슛이 크로스바 우측 코너를 맞고 나오면서 실점 위기를 모면했다.
한국은 후반 13분 드디어 선제골이 터졌다. 호주전 결승골의 주인공인 황의조였다.
김민재가 후방에서 길게 찔러준 패스가 이란 수비수 2명이 서로 엉킨 사이 황의조의 발 앞에 떨어졌다. 황의조는 볼을 낚아챈 뒤 골문으로 돌파해 뛰어나온 골키퍼를 살짝 넘기는 칩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황의조의 6월 A매치 2경기 연속골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리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한국은 코너킥 이후 수비 혼전 상황에서 자책골로 동점골을 헌납하며 선제골의 기쁨을 4분밖에 누리지 못했다.
한국은 후반 17분 이란의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쇄도하던 모르테자 푸르알리간지를 수비하던 김영권의 몸에 볼이 맞으며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득점은 김영권의 자책골로 기록됐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아쉬움이 짙게 남는 동점골이었다.
벤투 감독은 후반 23분 황희찬(잘츠부르크)을 투입하며 변화를 줬고, 최근 조부상을 치른 이승우(엘라스 베로나)와 주세종(아산), 이정협(부산)을 차례로 교체 투입해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이란의 수비벽을 끝내 뚫지 못했다.
손흥민은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개인 드리블로 이란 수비를 벗겨낸 뒤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으나 몸을 날린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