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원유시장에 드리운 '공급 과잉' 그림자

2019-06-1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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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유 증가·무역전쟁·세계 경제둔화, 국제유가에 악재

내년 국제유가 전망에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셰일유 생산 증가, 글로벌 경제 둔화, 심화하는 무역전쟁 속에서 공급 과잉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앞서 많은 업계 전문가들은 신규 유전 개발 투자 감소에 따른 공급 부족과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이르면 내년 초 국제유가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다시 찾아올 것으로 낙관했다.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찍은 건 2014년이 마지막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빠르게 식고 있다. 업계 관측통들 사이에선 기껏해야 내년에 수급이 균형을 맞추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9일 전했다.

로저 디완 IHS마킷 부회장은 "2020년 수급을 둘러싼 전망은 이미 불안한 상황"이라면서 "수요 전망치를 잠재적으로 위험 수준까지 하향조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IHS마켓츠는 내년 일일 80만 배럴에 이르는 공급 과잉을 전망하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는 이런 전망을 반영하듯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와 러시아의 송유관 오염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브렌트유 선물이 1월 이후 처음으로 60달러 아래로 붕괴되는가 하면,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월 고점에서 22% 추락하며 약세장에 발을 담갔다. 현재는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 속에서 5% 가량 회복한 상태다.

암리타 센 에너지애스펙츠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전망이 나쁜데 굳이 상승 베팅을 할 이유가 있는지를 묻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유가를 뒷받침할 만한 재료도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해상 연료유의 황 함량을 현행 3.5%에서 0.5%로 낮추는 'IMO 2020'를 실행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해운업계는 지금까지 저렴하지만 황 함량이 높은 벙커C유를 이용했지만 2020년부터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황 함량이 낮은 경유(디젤) 사용을 늘리면서 해상 연료로서 경유 수요가 높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 셰일유 공급 증가세가 만만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벤 반 뷰어든 로열더치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셰일유가 시장의 역학관계를 바꿔놓고 있다"며 셰일유 증가로 인한 유가 하방 압력을 지적했다.

글로벌 통상갈등과 그로 인한 경기둔화 역시 수요를 짓누르는 요인이다. 2020년 대선에서 재선을 목표로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경제를 구덩이에 빠뜨릴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이미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세계 성장률 하향 조정은 이어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9%에서 2.6%로 낮춰잡았다. JP모건 역시 전망치를 3.4%에서 3.2%로, 소시에테제네랄이 3.5%에서 3.3%로 각각 0.2%포인트씩 내렸다.

한 탄 FXTM 애널리스트는 10일 로이터통신에 "통상갈등 고조로 인한 세계경제의 하방압력이 계속됨에 따라 시장에서 수요 둔화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면서 "유가 반등이 계속될지는 향후 원유 수요를 가늠할 주요국 경제 지표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주요 산유국들은 감산 합의를 추가 연장하는 쪽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로이터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7일 성명을 통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를 포함한 이른바 'OPEC+'가 현재 공급량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달 안에 OPEC+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정례회의에서 감산 합의를 6개월 더 연장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OPEC+는 현재 일일 120만 배럴을 감산 중인데 이 합의는 6월 말로 종료된다.

한편 내년 원유시장에 대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첫 공식 전망은 오는 14일 나올 예정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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