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新격랑시대]레이와 시대...개헌 야욕 드러낸 아베

2019-05-29 17:14
  • 글자크기 설정

③'레이와'에 숨긴 日야욕

중·참의원 동시 선거 승부수 가능성

레이와 시대 지지율 상승 활용할 듯

"국민을 위해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하는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명문화해 위헌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것은 정치의 역할이며 우리 세대의 책임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레이와' 시대 첫날인 이달 1일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일왕 교체로 연호가 바뀌는 새 시대를 맞아 전범국이라는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 정식 군대를 보유한 보통국가로 나아가고자 하는 개헌 야욕을 노골화한 셈이다.

아베 총리가 2020년 개정헌법을 시행을 목표로 올 여름 승부수를 띄울 가능성도 제기됐다. 아베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하고 올해 7월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 맞춰 중·참의원 동시 선거를 치를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어서다. 지난주에는 여당 자유민주당(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이 동시 선거 가능성을 언급했다.

원래대로라면 중의원 선거는 2021년 10월이다. 아베 총리가 중의원 조기 해산 후 동시 선거를 검토하는 건 선거 압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야권이 선거 준비를 마치지 못한 틈을 노려 선거 압승으로 정국 주도권을 확실히 가져가면 여론의 반발이 큰 개헌이나 소비세 인상과 같이 까다로운 과제를 추진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아베 총리로선 오는 10월로 예고된 소비세 인상(8%→10%)을 염두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두 차례 소비세 인상 때마다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집권당이 정치적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30년 만에 새 일왕 즉위로 열린 레이와 시대, 전국적인 축제 분위기가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 급등으로 이어지자 아베 총리가 자신감을 얻은 모양새다. 니혼게이자이가 5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55%가 아베 정권에 지지를 보냈다. 3월 말에 비해 7%포인트가 뛰었다.

아베 총리가 직접 레이와 연호의 의미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일왕 즉위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첫 국빈으로 초대한 것이나 이례적으로 왕세자를 접견한 것도 일왕 교체의 후광을 정치적으로 활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외교적 보폭도 넓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각별한 공을 들였는데 적지 않은 효과를 거두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으로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이 추진되면서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을 낮출 중재자로 떠올랐다. 미·일 무역협상을 일본의 참의원 선거 이후로 미루면서 선거 전 걸림돌도 하나 제거했다. 미국이 일본에 자동차 폭탄관세를 위협하며 농산물 수입 확대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한숨 돌릴 여유가 생긴 셈이다. 오는 6월 말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아베 총리의 외교력을 국내외에 뽐낼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개헌 드라이브와 함께 중국의 굴기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서 군사 대국으로 나아가려는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산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 105대를 추가 구매한 게 대표적이다. 이제 일본은 미국의 어떤 동맹국보다 더 많은 F-35 함대를 보유하게 된다.

'굴욕 외교'라는 일각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미·일 동맹에 사활을 거는 건 미국의 지지를 등에 업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외교 관측통들의 시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일 마지막 날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즈모급 호위함인 '가가'에 승선한 건 아베 총리의 군사력 확대에 힘을 실어준 행보였다. '가가'는 전투기 이착륙이 가능한 항공모함이라 전력 비보유를 규정한 일본의 평화헌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우경화는 중국과 한국 등 주변국과 마찰을 일으킬 공산이 크다. 미국으로서도 일본의 군비 확장을 반길 수만은 없다. 중국의 군사 굴기를 가속화 해 동아시아 긴장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안 그래도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한일 관계의 추가 경색은 역내 미국 동맹국 간 균열을 의미한다.

또 일본의 헌법 개정은 양원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과 국민투표 참여자 과반 찬성으로 이뤄지는데, 여전히 여론은 개헌에 싸늘하다. 이달 초 나온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일본 국민의 64%가 평화헌법의 핵심인 헌법9조를 개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개정하는 게 좋다는 의견은 28%에 그쳤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듬해인 1946년 승전국 미국의 주도 아래 제정·공포한 현행 헌법은 제9조 1·2항을 통해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원히 포기하고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베 총리는 여기에 3항을 추가해 자위대를 명기하는 헌법개정을 숙원 사업으로 삼아 왔다.

 

26일(현지시간) 일본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모바라 컨트리 클럽에서 골프를 함께 즐겼다. [사진=AP·연합뉴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