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나는 2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콜로니얼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PGA 투어 찰스 슈와브 챌린지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묶어 4언더파 66타를 쳐 최종합계 13언더파 267타로 우승했다. 2타 차 선두로 출발한 케빈 나는 이날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고 토니 피나우(미국‧9언더파 271타)를 4타 차로 따돌린 완벽한 우승이었다.
케빈 나는 명지초등학교를 다니던 8살 때인 1991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중고교 시절 미국 아마추어 무대를 석권하고, 2004년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최연소로 합격한 골프 천재였다. 데뷔는 화려했지만, 투어 우승까지는 오랜 인내가 필요했다. 2010년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에서 투어 데뷔 8년 만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밀리터리 트리뷰트 정상을 밟은 두 번째 우승까지도 7년이나 걸렸다.
그렇다고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지도 않았다. 케빈 나는 15년간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과 함께 활동하며 한 번도 투어 카드를 잃은 적 없이 꾸준했다. 두 번째 우승 이후에는 여유도 넘쳤다. 케빈 나는 지난 3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익살스러운 ‘개그 쇼’를 펼쳐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평소 슬로 플레이로 악명 높던 케빈 나가 짧은 버디 퍼트 이후 홀에 공이 떨어지기도 전에 움직여 서둘러 공을 줍는 돌발 행동을 하자 냉정한 승부사로 유명한 우즈마저 웃음이 터졌다. 우즈도 버디 퍼트를 성공한 뒤 함박미소를 띠며 케빈 나의 제스처를 따라하는 낯선 풍경을 연출했다. 이 영상은 이틀 만에 조회 수 300만 건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얻기도 했다.
케빈 나는 “골프는 장갑을 벗을 때까지 모르기 때문에 마지막 홀까지 마음을 놓지 않았다. 마지막 홀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렸을 때 마음이 좀 편해졌다”며 “작년에 우승했을 때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마음이 편안했기 때문에 세 번째 우승이 더 빨리 온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골퍼로서는 항상 최선을 다하고 우승을 많이 하는 것이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더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두 번째 우승 뒤 방송인터뷰에서 한국말로 울먹이며 “고국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던 케빈 나의 한국사랑은 남다르다. 그는 이번 대회 우승 뒤에도 “많은 후배들에게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려고 한다. 한국 선수들도 투어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묻기 위해 연락이 많이 온다”며 “항상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언제든지 더 도와주고 조언해 줄 수 있다”고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