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어금니 아빠’ 이영학 피해자 초기대응 부실, 국가가 손해 배상해라

2019-05-2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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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하겠다’하고 한 경찰 출동하지 않아, 이영학 딸 통화도 무관심

법원이 딸의 동창인 중학생을 성추행하고 살해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당시 경찰의 초기대응이 부실했다며 국가가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7부(부장판사 오권철)는 최근 피해자 여중생 A양의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1억 8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영학은 2017년 9월 딸 친구 A양을 집으로 불러 수면제를 먹이고 추행하다가 다음날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딸과 함께 피해자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담아 강원도의 한 야산에 유기하는 등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다.

A양의 어머니는 딸이 실종된 당일 112에 실종신고를 했으며 서울지방경찰청은 A양 휴대전화의 최종 기지국 위치를 중랑경찰서 112상황실에 알렸다. 상황실은 망우지구대 순찰차와 중랑서 여성청년수사팀에도 출동을 지시했다.

그러나 망우지구대 경찰들은 A양의 행정과 최종 목격자 등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시받은 유모 경창은 A양의 휴대전화 최종 기지국 위치가 망우사거리 근처로 파악했지만 발생지를 A양의 주거지인 ‘빌라’로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랑서 여성청년수사팀 역시 출동 무전에 ‘알았다’고 응답만 하고 출동하지 않았으며, 다른 경찰은 소파에 엎드려 잠을 자고 있어 무전을 듣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3시간이 지난 후에 망우지구대로 가 2분간 수색상황만 물어보고 복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또 다음날 여성청년수사팀에게 사건 관련 별다른 언급 없이 “가출 미귀가 4건이 있다”며 형식적인 업무인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경찰은 A양의 부모와 함께 탐문에 나섰지만 소극적인 태도만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A양의 부모가 인근 교회 CCTV 열람을 부탁했으며 이영학의 집 내부 수색을 요청했지만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에 피해자 부모는 친구 소유 사다리차로 집 내부를 직접 확인했다.

재판부는 “망우지구대 경찰들이 A양 최종 목격지와 목격자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피해자 어머니가 이영학 딸과 통화를 했음에도 귀담아 듣지 않아 A양 최종행적의 핵심 단서인 이영학 딸을 확인할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관들의 직무상 의무 위반행위와 A양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따라서 국가는 경찰관들의 직무 집행상 과실에 대해 A양과 유족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단 국가의 책임 비율은 전체 손해의 30%로 제한하는 게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11월 29일 대법원은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살인, 추행유인, 시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이영학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이영학 딸도 징역 6년에 단기징역 4년을 확정 받았다.
 

지난해 11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등살인), 추행유인, 사체유기 등 14개 혐의로 기소돼 이씨의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받은 이영학.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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