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대표 등 임원들에 대해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김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같은 혐의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김모 부사장과 삼성전자 박모 부사장도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르면 23일 또는 24일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주요 내용이 이 부회장에게 보고됐을 가능성을 의심하며 수사를 '윗선'으로 넓혀가고 있다.
김 대표는 검찰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수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의 회계자료와 내부 보고서 등을 은폐·조작하는 과정을 총괄적으로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모·박모 부사장은 앞서 증거인멸과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구속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백모 상무와 보안선진화TF 서모 상무를 지휘한 윗선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의 소환 시기도 저울질하고 있다. 사업지원 TF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후신으로 통하는 곳으로, 정 사장은 1990년대 미국 하버드대 유학 시절 이재용 부회장과 인연을 맺은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이 부회장도 소환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모(구속기소) 삼성에피스 상무는 작년 7월 증권선물위원회의 삼성바이오에 대한 검찰 고발이 예상되자 재경팀 소속 직원들에게 '부회장 통화결과'와 '바이오젠사 제안 관련 대응방안(부회장 보고)' 폴더 내 파일 등 2천100여개의 파일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해당 폴더 내 '부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뜻한다고 보고 있다. 삭제된 파일은 '부회장 통화결과' 폴더 내 통화 내용을 정리한 파일, '바이오젠사 제안 관련 대응방안(부회장 보고)' 폴더 내 '삼성에피스 상장계획 공표 방안', '상장 연기에 따른 대응방안', '바이오젠 부회장 통화결과', '상장 및 지분구조 관련' 파일 등이다.
양 상무는 삼성에피스 임직원 수십명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제출받아 이재용 부회장을 지칭하는 'JY', 'VIP', '합병', '미전실' 등 단어를 검색해 관련 문건을 삭제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고한승 삼성에피스 대표도 휴대전화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차원의 증거인멸 정황이 줄줄이 드러나자 증거인멸에 가담해 구속된 삼성바이오 및 삼성에피스 임직원 대부분은 '자체 판단이었다'고 했다가 '윗선 지시를 따른 것'이라고 진술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회사 차원에서 선임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의 조사 입회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피스는 증거인멸뿐 아니라 기업가치평가 내용이 담긴 문건을 조작해 금융당국에 제출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에피스는 작년 3월 분식회계 의혹을 조사하던 금융감독원에서 '바이오시밀러 사업화 계획' 문건 제출을 요구받자 변호사들과 상의해 문건 조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 작성자는 미래전략실 바이오사업팀에서 삼성바이오 재경팀으로, 작성 시점은 2011년 12월에서 2012년 2월로 각각 수정됐다.
이 문건은 삼성바이오가 미국 바이오젠과 함께 설립할 예정이던 삼성에피스의 사업성과 기업가치평가를 담은 것으로, 2011년 기준 바이오젠에 부여한 콜옵션의 가치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콜옵션 가치를 평가할 수 없어서 2012~2014년 콜옵션 약정을 공시하지 못했다'는 그간의 삼성 측 해명과 배치되는 자료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 산정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대주주인 제일모직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부풀리기 위해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가치를 부풀렸는지, 최종 책임자는 누구인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