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언론사에서 서울과 미국 뉴욕, 일본 도쿄, 영국 런던의 대형마트 20개 생필품 가격을 비교해 발표했다. 서울은 20개 품목을 구매하는 데 총 16만 9140원이 들어 4개국 가운데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웃나라 도쿄(16만3610원)보다 약간 더 비쌌고, 런던(11만 7500원), 뉴욕(12만3360원)과는 1.4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서울에선 삼겹살 반근(300g)을 사려면 1만원을 지불해야 하지만 옥스퍼드에선 3000~4500원이면 살수 있었다. 쌀, 우유, 감자, 쇠고기 등 12개 품목은 4개국중 최고가였다. 이런 통계가 아니더라도 해외 체류후 귀국했거나 해외 여행을 다녀온 이들은 “서울 물가가 비싸도 너무 비싸다”고 혀를 내두른다.
또 최근 일부 식당들은 소주 한병 값을 4천원에서 5천원으로 올렸는데, 액수야 1천원으로 별거 아닌것 처럼 보이지만 인상률로 따지면 25%다. 식사값도 대부분 1~2천원 올리는데 인상률은 10~20%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물가 인상률은 해마다 5% 미만이지만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서민들이 비명을 지를만 하다.
하지만, 골프장이라고 무조건 비싸게 받아야 할까? 서울 근교의 회원제 골프장 한군데를 예로 들어보자. 이 골프장은 해장국값이 1만6천원이다. 술 안주거리인 삼겹살-전복 볶음은 10만원이나 한다. 가격이 비싸다 보니 이용하는 골퍼가 거의 없다. 이른 아침에야 어쩔수없이 골프장 식당을 이용하지만, 점심, 저녁때는 30개 테이블중 항상 한, 두개만 자리가 찬다.
왜냐하면 골프장 주변 식당들이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재료를 준비하므로 골프장 식당은 외면당할수 밖에 없다. 골프장이 맛과 가격으로 인근 식당과 경쟁하면 매출과 수익을 늘릴수 있는데 왜 ‘고가(高價) 시스템’을 고집하는지 이해가 안될 때가 많다.
작고한 강금원 회장(1952~2012)은 생전에 시그너스 컨트리클럽 대표를 오래 지냈다. 어느 날 골프장 식당 지배인이 새로운 ‘한우 등심 안주’를 개발하며 강회장에게 1인당 가격을 4만원 책정으로 보고했다. 강회장이 지배인에게 “주변 식당은 얼마인가”묻자 “2만4천원입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자 강회장은 “그러면 2만3천원으로 해!”라고 해서 그렇게 가격이 결정됐다.
골프장 한우 요리가 주변 식당보다 ‘싸고 맛있다’는 입소문이 돌아 골프장 식당은 늘 좌석이 가득 찼다. 처음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던 지배인은 강회장에게 큰 절로 감사의 인사를 했는데 강회장은 빙긋이 웃으며 “뭐든 박리다매(薄利多賣)가 최고야~”라고 말했다.
1,2천원짜리 상품이 주류인 대형할인점 다이소의 연간 매출이 2조원에 육박한다는 뉴스를 듣고, 강회장의 박리다매 정책을 새삼 깨달았다. 불경기일수록 박리다매는 소비자에게 더 먹혀든다. 서울의 대형 마트들이 ‘저가(低價) 할인 경쟁’을 벌인다면 뉴욕, 도쿄, 런던과의 가격 차이를 더 줄일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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