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위안화 가치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5거래일에 걸쳐 역내외 외환시장에서 위안화는 달러 대비 2% 가까이 절하됐다. 지난 13일에는 역외시장에서 위안/달러 환율이 하루에만 1% 넘게 오르며 6.9위안 선을 돌파하며 중국 당국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7위안'선에 바짝 다가섰다. 위안화 환율이 올랐다는 건 위안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얘기다.
시장은 단기적으로는 무역전쟁 불확실성 속에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지도부의 환율 방어 노력, 무역협상 재개, 경기회복세 등에 힘입어 안정적 흐름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홍콩 명보, 증권시보 등 현지 언론들이 14일 보도했다.
JP모건은 올해 2분기 말 위안/달러 환율 예상치를 기존의 6.7위안에서 6.85위안으로 높여 잡았다. 이어 3분기엔 6.9위안까지 올랐다가, 다시 연말엔 6.8위안으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중국 경제가 지난해와 비교해 더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위안화가 지난해와 같은 커다란 절하 압박에 직면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위안화 가치 급락은 중국 금융시장에 불안감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향후 미·중 무역협상에도 불리하게 작용하는 만큼 중국 지도부가 위안화 환율 안정에 나설 것으로 예측했다.
왕타오 UBS은행 중국 수석 경제학자는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상수지가 악화돼 위안화가 더 큰 절하 압박을 받을 수 있지만 인민은행이 위안화 환율 흐름을 신중하게 관리해 급격한 절하를 막을 것으로 예상했다.
무역갈등 격화로 위안/달러 환율이 중국 정부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7위안 선을 뚫을 가능성도 여전히 희박하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장밍 중국 핑안증권 수석 경제학자는 단기적으로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절하 압박을 받을 수 있지만 올해 위안/달러 환율이 7위안 대에 진입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봤다. 그는 '1달러=7위안'이 깨질 경우 시장에 파동을 가져올 것을 우려한 중국 지도부가 자본유출 억제, 위안화 기준환율 산정에 역주기조절 요소 도입 등을 통해 환율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JP모건은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돼 미국이 모든 중국산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위안/달러 환율이 7위안 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눈에 띄게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중국 인민은행은 14일 위안/달러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6% 높은 6.8365위안으로 고시했다.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날 오전 역외·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시각으로 오전 10시30분 역외 외환시장에서 위안/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2% 넘게 하락한 6.89위안대 수준에서 움직이며, 6.9위안 밑으로 다시 내려갔다. 역내 외환시장에서 위안/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소폭 내린 6.87위안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전날 21시30분(현지시각) 역외 외환시장에서 위안/달러 환율은 하루에만 1% 넘게 오르며 6.9위안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약 7개월래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것이다. 이날 역내 외환시장에서도 위안화 환율은 오름세를 보이며 달러 위안 환율은 장중 6.88위안선이 뚫렸다. 증권시보는 미·중 무역전쟁 재개 우려 속에 최근 5거래일간 역외·역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절하 폭이 2%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