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들에 따르면 과이도 의장은 11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반정부 집회에서 "카를로스 베키오 미국 주재 특사에게 미군 남부사령부와의 (군사) 협력 문제와 관련, 직접 소통을 개시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개입'이 아닌 '협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데 대해서는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는 쿠바와 러시아가 이미 군사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과이도 의장은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0년 전에 주도한 좌파 볼리바르 혁명을 종식시키기 위해 필요한 압력을 가하겠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지난 1월 마두로 대통령의 축출을 목표로 하는 반(反)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임시 대통령'으로 규정한 과이도 의장은 미국 등 50여개국의 지지를 받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든 옵션이 가능하다"면서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집회는 지난달 30일 과이도 의장의 군사봉기 시도가 실패한 이후 마두로 정권의 야권 탄압이 거세지는 가운데 열린 것이다. 참석자는 약 2000여명 수준으로, 과거 집회보다 줄었다. 몇 달씩 이어진 집회에 대한 피로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대 산유국 중 하나로 원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베네수엘라는 2014년 국제유가가 급락한 뒤 경제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 미국의 경제·금융 제재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경제난을 겪게 됐다. 이 와중에 마두로 정권이 헌법 개정 등을 통해 독재 수위를 높이자 국민적인 저항이 일어났다. 과이도 의장과, 절대 물러설 수 없다고 주장하는 마두로 대통령이 대립하는 '한 나라 두 대통령' 체제가 이어지면서 정치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과이도 의장의 군사개입 요구는 트럼프 행정부에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 이란, 베네수엘라 등 3국을 불량국가로 규정, 압박하고 있지만 마땅한 외교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들 3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옵션을 사용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데 베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철저히 서로 다른 도전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