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이 경제 협력 등을 논의하기 위해 산티아고·칠레·페루·파라과이 등 남미 4개국을 방문한다"며 "방문 일정 중에는 쿠쿠타 지역을 들르는 일정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쿠쿠타 지역은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안 간 국경지대로, 생활고를 벗어나기 위해 베네수엘라를 탈출한 이민자들이 머물고 있는 곳이다. 국경지대에 머물고 있는 이민자들의 어려운 상황을 부각하면서 마두로 대통령을 밀어내려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페루에서 리마그룹과의 만남을 통해 베네수엘라 문제를 논의하려는 구상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리마그룹은 캐나다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미주 14개국이 지난 2017년 구성한 외교 모임으로, 미국과 함께 베네수엘라 압박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미국은 경제 제재의 수위를 높이면서 마두로 정권의 퇴진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한 대학 연구소에서 연설을 통해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의 석유 수출 제재 방침과 함께 '모든 선택지'가 놓여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군사행동을 포함, 모든 외교적·경제적 압박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국 재무부는는 이날 연설 이후 PDVSA가 소유하거나 운항하는 선박 34척을 제재 대상에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에는 PDVSA에 대해 미국 관할권이 미치는 지역에 대한 자산 동결과 송금 금지 등의 제재를 단행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돈줄'을 대부분 차단한 셈이다.
최대 산유국 중 하나로 원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베네수엘라는 2014년 국제유가가 급락한 뒤 경제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 미국의 경제·금융 제재까지 겹치면서 최악 수준을 보이고 있다. 여기다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이 자신을 임시 대통령으로 선언,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한 나라 두 대통령'이라는 극단의 정치 상황에도 놓여 있다.
음식과 의약품 등 생필품 부족 현상으로 경제난이 장기화되면서 물가 상승률도 급등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의회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2월 물가상승률은 229만%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난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마두로 대통령이 인도적 지원을 위한 해외 원조를 차단해 의약품 등 생활필수품이 부족해지면서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 상승률이 연평균 1000만%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