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를 겪으며 한·중 관계의 취약성이 확인됐습니다. 서로가 신뢰할 만한 반관반민의 '1.5 트랙' 대화 채널을 마련하는 게 시급합니다"
9일 베이징 거화카이위안(歌華開元)호텔에서 만난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사진)은 아주경제와의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한·중 간 1.5 트랙 채널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권 회장은 "한·중 양국은 1992년 수교 이후 경제적·인적 교류 측면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아쉬운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특히 사드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신뢰성 있는 대화 채널이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국 국민들이 잘못된 정보를 기반으로 서로에게 삿대질을 상황까지 연출됐다"며 "경제 협력은 위축됐고 급성장하던 인적 교류도 반토막이 났다"고 말했다.
양국 지방정부 간 교류 사업을 주도하며 중국 내 네트워크를 형성한 한중도시우호협회가 1.5 트랙 대화 채널 마련에 나선 배경이다.
권 회장은 "북·미 협상 과정에서 1.5 트랙 대화의 효율성이 확인됐다"며 "전직 고위 관료로 현 정부에 정책 자문도 하는 주요 인사들로 구성된 반관반민의 소통 채널이 매우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한·중 고위급 민간 전략 포럼'은 권 회장이 동분서주한 끝에 이뤄낸 성과다.
'한반도 안보 정세와 한·중 협력'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는 하정열 전 청와대 국방비서관과 조광제 전 국정원 실장, 조홍제 국방대 교수 등 안보 분야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중국 측에서는 인민해방군 소장 출신인 야오윈주(姚雲竹) 전 군사과학원 주임과 왕판(王帆) 외교학원 부원장, 왕쥔성(王俊生) 중국사회과학원 세계전략연구원 실장 등이 나섰다.
권 회장은 "전직 고위급 간의 대화는 책임이 따르지는 않지만 정책 반영 효과가 높다"며 "양국 국방·안보 분야 고위급 인사들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것은 사드 문제 해결과 상호 이해도 증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럼을 함께 준비한 중국국제우호연락회도 한국 측 인사들의 면면에 놀라움을 표시했다는 후문이다.
중국국제우호연락회는 인민은행 부행장과 국가개발은행장을 역임한 천위안(陳元)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이 회장을 맡고 있는 중국의 대표적인 공공외교 기구다.
권 회장은 "이번 포럼을 시작으로 한·중 안보 분야 고위급 민간 전략 대화를 정례화하기로 중국 측과 합의했다"며 "내년에는 중국 측 인사들을 초청해 한국에서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권 회장이 설립한 한중도시우호협회는 외교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한국에 20여개, 중국에 4개 지회를 두고 있다. 특히 한·중 지방정부 간 교류의 가교 역할을 수행 중이다.
중국도 양국 지방정부 간의 협력 강화에 관심이 높다. 중국 권력 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최근 방중한 문희상 국회의장과의 회담에서 지방정부 간 교류·협력 촉진을 직접 언급했을 정도다.
권 회장은 "한·중 공공외교 분야에서 활동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1.5 트랙 대화 강화와 민간 교류 활성화 등에 주력할 것"이라며 "협회 내 한중교류센터를 통해 양국 청소년들의 교류도 확대해 나가겠다"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