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무역대표부(USTR)는 8일 관보 사이트에 연간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10일 오전 0시1분(한국시간 10일 오후 1시 1분)부터 10%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명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 트위터로 예고한 대로다.
중국도 반격에 나섰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한밤 중에 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이를 실제로 이행한다면 중국은 필요한 반격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연간 600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제품을 보복관세 표적으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릴레이 협상 속에 잠잠해지는 듯 했던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전면전으로 번질지 여부는 9~10일에 열리는 고위급 협상에 달려 있다. 미·중 무역갈등을 둘러싼 우려로 동요하고 있는 시장에서는 이번 협상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중국이 다시 폭탄관세 싸움에 돌입하면서도 협상테이블에 남아 있는 건 그야말로 '어색한 평형'을 이루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쪽 모두 성장세를 해칠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는 원하지 않기 때문에 관세를 당장 올리더라도 결국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꿈꾸는 만큼 이번 협상을 일단락짓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R스트리트인스티튜트의 클라크 팩커드 무역정책 고문은 "양측이 화가 나 (협상장을) 떠날 수 있지만, 두 나라는 세계 최대 경제국"이라며 "냉각 시기가 지나면 다시 협상테이블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 결렬 '전면전'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과 중국이 폭탄관세 싸움을 재개하면서 협상이 결렬되는 경우다. 이는 세계 양강(G2)의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의미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면전을 치르면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각각 0.6%, 1.5%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도 이 충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전부터 미·중 무역협상에 회의적이었다. 미국이 무역불균형을 이유로 요구하는 구조개혁을 중국이 순순히 따를리 없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보조금 정책, 지식재산권 침해, 기술이전 강요 등을 문제삼으며 시장개방 및 수입 확대 등을 압박해왔다. 약속 이행 강제 조치를 둘러싼 갈등이 트럼프의 폭탄관세 도발을 다시 부추긴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 럽키 MUFG유니언뱅크 수석 금융담당 이코노미스트는 "한동안은 최종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게 내가 가장 그럴 듯 하게 보는 시나리오"라며 미국이 중국에 경제구조개혁을 요구하는 건 다른 나라가 미국에 자본주의를 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휴전...추가 관세 보류
미국과 중국이 지난해 말처럼 휴전을 이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2월 무역전쟁 90일 휴전에 합의했다. 이로써 미국은 연간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10%를 올 1월부터 25%로 올리려던 계획을 보류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변덕스러운 성향인 만큼 이번에도 추가 폭탄관세 조치를 중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더욱이 미·중 무역갈등 우려가 순항하던 미국 증시 랠리 행진에 제동을 건 만큼 그가 시장을 떠받치기 위해서라도 유연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증시 랠리를 자신의 성과로 뽐내며 시장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해왔기 때문이다.
◆원칙적 합의라도...
'원칙적인 합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 전만 해도 협상 전망을 낙관했다며, 그가 시 주석과 전화통화를 한 뒤 일종의 예비합의를 이룰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도 그럴 게 일련의 협상 과정에서 합의안의 윤곽은 이미 꽤 드러난 상태다. 중국이 대두(콩)와 항공기 등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고,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는 한편 위안화 평가절하를 삼간다는 게 지금까지 알려진 합의 내용들이다. 다만 최종 합의를 위해서는 강제이행 장치와 기존 폭탄관세를 둘러싼 이견을 해소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과제가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또 예비합의라도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을 통한 최종 승인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양측이 합의문에 서명해도 무역불균형이 해소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양국 간의 갈등이 당장 해소되긴 어렵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