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날인 1일 진행된 단독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조건을 붙이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보고 싶다"며 북·일 정상회담의 조기 실현에 의욕을 보였다. 장기화되고 있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일 간 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북·일 국교 정상화의 해법으로 2002년 마련된 북·일 평양선언을 들었다.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북·일 정상회담을 열고 북·일 평양선언에 서명했다. 이후 북한은 북한에 머물던 일본인 5명을 일시 귀환 형태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이후 양국 관계가 틀어지면서 일본인 납북 문제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는 "5명의 납치 피해자가 귀국한 이후 어떤 귀국도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것은 처음부터 (납북) 문제 해결에 참여했던 정치인으로서 통한의 극치"라고 말한 뒤 "국제 사회와의 협력과 함께 일본의 주체적인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양국 간 상호 불신의 껍질을 깨기 위해서는 내가 김 위원장과 직접 마주하는 것 이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급기야 지난 2월 새해 시정연설에서는 북한과 국교를 정상화하는 게 올해 목표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겠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등 외국 지도자들과 만나 대북 문제를 논의할 때도 일본인 납북 문제에 대한 해결을 함께 해야 한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러브콜에도 북한이 북·일 정상회담에 대한 회신을 주지 않자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의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시사전문지 애틀란틱은 최근 "아베 총리는 2016년 미국 대선 직후 세계 지도자 가운데 가장 먼저 미국으로 날아가 '미일 동맹' 메시지를 강조했다"며 "북·미 정상회담이 두 차례나 개최되는 등 정세가 변화한 가운데 일본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6자 회담(북한+한국·중국·일본·러시아·미국) 당사자 중에 유일하게 북한과 대면하지 못한 국가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산케이신문도 납치 문제 해결이 지연되는 가운데 아베 총리가 강한 메시지를 통해 상황을 변화시키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년 전에 김 위원장을 초청했으나 김 위원장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에야 러시아를 방문했다"며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협상에 있어 새로운 '중재자'가 필요한 만큼 아베 총리와의 회담에 더 개방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