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청그룹 창업주와 경영진 수 십명이 체포돼 회사는 사실상 문을 닫았고, 돈을 잃은 투자자들은 정부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탄원서를 제출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언론들이 2일 보도했다.
◆ 지방정부와 협력해 '특색마을' 건설한다며 3800명 투자자 홀려
보도에 따르면 항저우 공안당국은 최근 상부기관인 저장성 당국에서 제공한 실마리 및 투자자 제보를 통해 진청그룹 불법 자금조달 혐의를 포착, 지난달 28일 진청그룹 창업주 웨이제 (韋杰)를 비롯한 고위 경영진 수 십명을 체포했다.
진청그룹은 저장·장쑤·후난 등 전국 각 지역에 가재, 인어, 행복 등을 테마로 한 59개 '특색마을'을 건설한다는 개발사업을 추진했다. 이중 대부분은 실제로 지방정부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PPP 사업이었고, 이를 적극 활용해 진청그룹은 자금을 대거 모집했다.
지난달 말까지 진청그룹이 발행한 사모펀드 상품은 무려 350여종에 달한다. 진청그룹은 연 수익율 12%를 보장하겠다며 관련 상품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수 십억 위안의 자금을 모집했다. 연루된 투자자 수만 38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2017년 9월 진청그룹이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자산 운용액만 700억 위안(약 12조원)에 달하는 걸 보면 얼마나 많은 투자금을 모집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진청그룹의 사모펀드 상품 만기가 대부분이 1~2년짜리라는 것이다. PPP 사업 대부분은 장기 프로젝트인만큼 투자금 회수 기간이 그보다 훨씬 오래 걸리는 게 일반적이다. 진청그룹은 사모펀드 상품을 남발해 자금을 돌려막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가 결국엔 공안당국에 의해 불법자금 조달 혐의로 적발됐고, 경영진은 체포됐다. 이로 인해 사실상 업무는 중단되면서 회사는 도산했다. 중국에서 불법자금 조달같은 금융사기 범죄 형량은 최고 무기징역까지 받을 정도로 엄벌에 처해진다.
◆지방정부 '음성' 자금조달 창구로 전락한 PPP 사업···그림자금융 리스크도
현재까지 집계된 진청그룹 금융사기 스캔들 피해 투자자 3800명이다. 이들의 구체적인 피해 손실액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지만 1인당 최소 100만 위안 이상씩 투자한 걸 감안하면 수십억 위안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자들은 현지 당국에 정부가 이번 피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탄원서를 제출한 상태다. 지방정부가 진청그룹과 PPP 계약을 실제 체결한 데다가 진청그룹의 불법 자금조달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 이들은 진청그룹과 지방정부가 추진해 온 PPP 사업에 투자했는데, 왜 이게 갑자기 불법자금 조달로 전락했는지, 이에 대해 지방정부가 해명을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50년까지 현대화 사회주의 강국 건설 목표 달성을 외치며 지방 정부에 낙후한 농촌 지역을 개발할 것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만성적 재정적자에 시달리던 지방정부들은 현대화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진청그룹 같은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PPP 방식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 지역개발을 추진해 왔다. 이 과정에서 PPP는 지방정부들이 '음성' 부채를 쌓는 또 하나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SCMP는 "진청그룹 금융사기 스캔들은 중국 경제에 숨어있는 '회색 코뿔소'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며 "공식적인 금융 채널이 아닌 '그림자 금융'을 통한 자본 조달의 문제점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회색 코뿔소(Grey Rhino)'는 예측이 어려운 돌발위험을 뜻하는 '검은 백조'(Black Swan)와 달리,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면서도 실제로 현실화하기 전까지는 간과되는 위험 요인을 뜻한다. 그림자은행이나 지방정부의 음성부채 등의 금융문제가 중국에선 '회색 코뿔소'로 지칭된다.
PPP 사업에 숨겨진 지방정부 음성부채를 의식한 중국 정부도 지난 3월 지방 정부들에 PPP 사업을 신중하게 추진할 것을 요구하며, 지방정부가 재정수입의 10% 한도 내에서만 PPP 추진을 허용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