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중국시장에서 현대자동차와 일본 '혼다'의 입지는 5년 사이 완전히 뒤바꼈다.
지난 2013년 현대자동차가 중국 시장점유율 3위에 오를 때 혼다는 8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사드사태' 직전해인 2016년에 이미 전세가 역전돼 현대차가 4위, 혼다가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현대차는 8위로 내려앉은 사이 혼다는 꾸준히 올라 2위를 차지했다. 정확히 5년 사이에 점유 순위에서 자리를 맞바꾼 것이다.
올해 1분기를 보면 혼다는 여전히 2위를 지킨 반면 현대차는 12위까지 떨어졌다. 혼다는 현대차와 어떤 점이 달랐을까.
무엇보다도 해외시장 수요에 빠르게 반응한다는 점이 혼다의 장점으로 꼽힌다.
혼다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주력모델인 CR-V를 통해 중국 SUV시장을 장악했다. 중국에서 SUV 판매량은 2013년 298만9000대, 2014년 407만8000대, 2015년 620만6000대 등으로 증가하다가 지난 2017년 1026만4000대로 정점을 찍고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혼다는 이미 2003년 CR-V를 중국시장에 선보였다. 특히 중국 소비자들이 화려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취향을 반영해 '중국시장 전용 SUV' XR-V까지 선보인 바 있다. 현대차가 승용차 위주로 제품군을 짜다가 뒤늦게 2017년 코나 등으로 SUV 트렌드에 편승한 것과 대비된다.
혼다가 중국시장에서 평탄한 길만 달린 것은 아니다. 지난해 CR-V 모델은 엔진오일이 유출되는 문제가 발생해 소비자 불만이 폭주했고 결국 판매중지에 이르렀다. 그러나 혼다는 리콜 및 엔진교체 등 신속한 문제해결과 함께 지난해 6월 이후부터는 판매가격을 2만위안(한화 약 340만원) 할인하며 파격정책을 시행, CR-V 판매량을 단숨에 회복했고 연간 점유율도 2위를 지켜냈다. 중국 소비자가 현대차 연비를 지적하다가 결국 이탈하게되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박선경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 부장은 "중국 언론을 모니터링해보면 혼다를 비롯한 일본업체 차량이 대체적으로 연료효율이 높고 중국 내 AS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일본 브랜드가치를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전속거래'로 인한 안주…미래경쟁력 막혔다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현대차가 이 같은 브랜드가치를 구축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전속거래로 인한 폐해'를 꼽는다.
윤자영 산업연구원 박사는 "중국 내에서 현대차 등 한국업체는 일본업체에 비해 내부품질, 가격 대비 성능, 심리적 선호도 등 대부분의 요소에서 밀리고 있다"며 "이는 일본처럼 오랜 연구개발(R&D)을 통해 경쟁력을 쌓지 못한 탓"이고 분석했다.
이어 "전속거래구조로 인해 수많은 부품업체들이 안정된 수요처를 확보한 데다가 (완성차 측의) 지속적인 단가인하 압박을 받으니 연구개발에 대한 의지와 능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었다"며 "일본은 진작에 전속거래구조를 탈피했고 미국은 하도급업체를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세계적으로 전속거래구조가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아직 중국판매 부진을 '내부'에서 찾기보다는 '외부'에서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병철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지난달 24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중국시장은 경기 둔화와 소비심리 침체로 차량 소비가 역성장하고 있다"며 "현대차를 포함한 자동차산업 가동률이 하락세에 있다"고 말했다.
'절대적인 판매량' 감소는 외부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상대적인 점유율' 하락은 내부에서 답이 나와야 한다. 현대차는 국내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누려온 탓에 시장수요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역량이 퇴보한 것은 아닐까. 중국 판매부진을 '경고등' 삼아 해외경쟁력을 재고해야할 시점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