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중국 판매부진과 관련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26일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시장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x25 등 신형 모델을 앞세워 하반기 중국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판매부진 원인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신차 출시가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중국 측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사뭇 다르다.
츠푸린 중국 하이난개혁발전연구원장은 최근 한국에서 열린 조찬 강연에서 "중국 자동차 보급추세가 양적성장에서 질적성장으로 접어들며 수요총량 자체가 줄고 있고 특히 친환경 기조로 인해 중국 내 자동차 수요는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신에너지자동차로 넘어가는 추세"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아직 휘발유차량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측에서는 '신차몰이'를 통해 중국 판매량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이미 자동차 소비에 있어서 '질적변화'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도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작년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9개월 연속으로 감소해 정체기를 맞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차가 나오면 일시적인 판매반등을 기대해볼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수요정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미 중국에서는 자동차 수요가 신에너지자동차(전기·하이브리드)로 옮겨가고 있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감소하는 추세 속에서도 전기차 판매량은 오히려 늘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지난해 7월 8만4000대를 기록한 신에너지자동차 판매량은 △8월 10만1000대 △9월 12만1000대 △10월 13만8000대 △11월 16만9000대 △12월 22만6000대로 꾸준히 증가했다.
중국 정부가 친환경 및 산업육성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전기차를 지원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구매 시 판매 보조금은 물론 자동차 번호판에 대한 비용까지 면제해주고 있는 것. 상해 등 대도시에서는 자동차 번호판이 약 1000만원 선에서 거래되는 것을 감안하면 전기차 가격경쟁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이 같은 '전기차 트렌드'에서 한 발짝 뒤쳐져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1000대 미만으로 극소량"이라며 "중국형 신형 싼타페 '셩다'를 이달 출시하는 등 성장하고 있는 SUV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무역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전기차 트렌드가 한창인데 이 부분에서 현대차가 뒤쳐진 것은 사실"이라며 "앞서 중국에서 SUV 트렌드로 바뀔 때도 현대차 측에서 모델전환이 늦은 사례가 있었는데 이번 전기차 트렌드에서도 마찬가지로 뒤쳐진 대응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중국 내에서 한동안 호조를 보였던 SUV 트렌드는 이미 2017년을 정점으로 하락세다. 반면 전기차 등 신에너지자동차가 급격히 부상, 중국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이 됐다. 중국 정부는 신에너지자동차 판매를 내년까지 200만대로 증대하고 오는 2025년에는 신차판매의 20%를 전기동력 자동차가 차지하도록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국내에서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중국 내 라인업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