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9.6원 오른 달러당 1160.5원에 마감됐다.
이날 환율은 7.1원 오른 달러당 1158.0원에 거래를 시작해 개장 10분 만에 1161.4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장중 달러당 1161.2원을 기록한 2017년 3월 10일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전일에도 9.1원 오른 달러당 1150.9원에 마감하며 연고점을 터치했다.
최근 유가 상승과 수출 부진, 늘어난 해외투자로 달러화 공급 대비 수요가 우세해진 상황에서 달러 강세에 편승한 역외 달러화 매수 세력이 늘어난 게 복합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달러화는 미국의 경제지표 호조로 꾸준한 강세 기조를 보이고 있다. 주요 기업의 1분기 실적이 예상을 웃돈 데다 26일 발표 예정인 미국 1분기 경제성장률 또한 기대보다 양호할 것이란 관측이 환율 급등에 영향을 미쳤다.
전일 달러 강세가 미국의 경제지표 호조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날은 원화 약세 영향이 컸다.
외환시장 개장 전 발표된 우리나라의 1분기 GDP(-0.3%) 충격이 한은의 금리인하 기대를 키웠다. 이번 수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4분기(-3.3%) 이후 41분기 만의 최저치다.
GDP 충격에 환율 급등세가 더욱 가팔라졌으며, 오후 들어 수출업체들의 네고 물량이 크게 늘면서 환율은 상승 마감했다. 최근 글로벌 산업구조 변화에 취약한 국가로 독일과 한국이 지목된 것도 대외적으로 부정적 인식을 키우고 있다.
상대적으로 강한 미국 경제와 저점 확인이 지연되는 유로존 경기 속에서 우리 경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당분간 환율에 하방 경직성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통화 긴축이 완화됐음에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지수가 미국 경제 여건의 상대적 우위로 강세 기조를 지속할 가능성도 높아 원·달러 환율은 2분기 상방 압력이 우위를 점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다만, 연초 이후 신흥국으로의 주식 자금 유입 속에 외국인이 꾸준히 한국을 찾고 있고 향후 유로존의 경기 저점 확인 속 강달러 둔화, 반도체 업황 개선 등을 고려할 때 지금의 환율은 올해 고점을 찾아가는 중으로 보인다.
3분기부터 유럽경제 등의 회복으로 달러 강세가 진정되면 달러 약세, 원화 강세의 움직임이 나타날 전망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상반기 달러당 1160원에서 하반기에는 1130원의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한국보다 미국 GDP 성장률이 우위를 보이는 흐름이 지속되면서 유로존 경제가 점차 회복돼 달러 인덱스가 95선 이하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원·달러 환율은 상방과 하방압력이 균형을 이루면서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