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세계 최초의, 접었다 펼 수 있는 폴더블폰 제조사'라는 타이틀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내부 정비를 통해 상반기 중에는 갤럭시 폴드를 내놓을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전망이다.
◆속도보다 완성도에 무게
지난 15일(미국 현지시간) 삼성전자가 언론사와 유명 유튜버들에게 제공한 시연용 제품 일부에서 사용 1~2일 만에 스크린 결함이 나타났다.
이들이 지적한 결함은 화면이 꺼지거나 스크린에 선이 생기는 현상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화면에 붙어 있는 보호막을 사용자가 강제로 뗐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호막을 제거하지 않았는데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예상치 못한 결함이 발견되자 삼성전자는 민첩하게 움직였다. 미국 시연 제품을 모두 수원 본사로 가져와 정밀 분석에 착수했다. 검사 결과 보호막을 떼지 않아도 충격이나 이물질에 의해 디스플레이 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결론을 내고 이날 오전 2시 30분쯤 온라인상에서 출시 연기를 발표했다.
하지만 갤럭시 폴드 출시 연기로 기술혁신 기업으로서의 이미지 손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제품 출시 전이라 파장이 적고 결함을 빠르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소비자 지향 기업으로서의 입지는 확고히 했다.
갤럭시 폴드 연기로 재정적인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초도물량이 적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갤럭시 폴드의 초도 물량은 100만대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경우 최소 생산량이 100만대는 돼야 한다"면서도 "생산량이 적기 때문에 국가별로 제한적인 공급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1인자의 무게··· 견제하는 미국, 쫓아오는 중국
이번 논란은 미국에서부터 시작됐다. 삼성전자가 공식 출시를 앞두고 갤럭시 폴드 리뷰용 제품을 제공한 곳은 미국과 중국·영국 등이다. 이 가운데 미국 언론만 혹평을 쏟아냈다.
일각에서는 과거 미국이 '애플'을 통해 스마트폰이라는 대변혁을 이뤘는데,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은 세로 바 모양'이라는 틀을 깬 새로운 폼팩터(제품 형태)로 기술 혁신을 리딩하는 것에 대한 흠집내기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조애너 스턴 월스트리트저널 IT 칼럼니스트는 전문성이 결여된, 조롱에 가까운 리뷰를 내놨다. 그는 유튜브 영상에서 갤럭시 폴드 사이에 핫도그를 올려두며 "만약 뭔가 접고 싶다면 이걸 접으세요"라며 "이것(갤럭시 폴드)은 사지 마시고, 접지도 마세요"라는 내용을 담은 영상을 올렸다.
갤럭시 폴드는 삼성전자가 8년간 공들인 제품이다. 폴더블폰은 '퍼스트 무버'로서의 존재를 드러냄과 동시에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에 활력을 제공할 수 있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 세계 관심은 출시 시기에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상반기 중에는 출시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화웨이 폴더블폰은 오는 7월 출시가 유력하다. 삼성전자가 최초 폴더블폰 자리를 놓고 화웨이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이 전에는 갤럭시 폴드가 나올 것이라는 추측이다.
특히, 이번 결함이 제품의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상반기 내에 출시될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출시 시점은 수주 내에 다시 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도 이와 관련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미 결함 원인 분석을 마쳤고 어떤 작업을 하면 보완이 되겠다는 것까지 판단이 이뤄진 상황"이라며 "기본 설계를 바꾼다거나 원점에서 검토를 해야하는 상황이 아니고 마감 수준의 작업"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