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오프’ 조정민의 변신은 무죄…“깔끔한 손흥민 보며 다짐했죠”

서민교(울산) 기자 2019-04-15 05:23

KLPGA 투어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초대 챔피언 등극

짧은 쇼트커트 헤어에 검정색 큰 뿔테 안경. 이런 보이시한 스타일이 조정민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조정민에게 변화가 생긴 건 지난해부터였다. 안경을 벗어 던졌고,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때마침 치아교정도 끝났다. 뿔테 뒤에 숨어 있던 그의 얼굴도 고스란히 드러나 여성미를 풍겼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조정민. 사진=KLPGA 제공]

조정민이 ‘페이스오프’를 시도한 이유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토트넘)이 등장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평소 축구나 농구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손흥민 선수를 보면 항상 깔끔한 이미지가 있더라. 플레이팅이 돼 있다고 해야 할까.” 조정민은 “운동선수가 그런 모습으로 변화가 있으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헤어스타일의 변화는 어머니 때문이다. 조정민은 “머리 기르는 것이 어머니의 평생 소원이셨는데, 그건 성취시켜드렸다”고 웃으며 “외모적인 변화가 자신감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고 했던가.

조정민은 지난해 6월 제주에서 열린 롯데칸타타 여자오픈에서 23언더파 193타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54홀 최소타 신기록을 쓰며 우승했다. 2016년 2승을 거둔 이후 2년 만에 투어 통산 3승을 수확했다. 그리고 최근 2주 연속 준우승에 이어 우승 트로피를 하나 더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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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민은 14일 울산 보라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최종합계 7언더파 209타로 통산 4승을 쌓았다. 조정민은 치열한 우승 경쟁 끝에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환상적인 세컨드 샷으로 버디를 잡아 짜릿한 역전 우승 드라마를 만들었다. 연장전을 기대했던 김보아와 이승현을 돌려세운 완벽한 우승 퍼트였다.

조정민은 “하루가 길었고, 지금은 얼떨떨한 것 같다”며 소감을 전한 뒤 “후반에 집중을 하려고 했는데 보기, 더블보기로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캐디 오빠가 ‘아이 캔 두 잇, 저스트 두 잇’이라고 말해주며 당당하게 하라고 했는데, 좋은 에너지로 작용해 마무리를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정민은 올해부터 신설된 이 대회의 초대 우승자로 의미를 더했다. 조정민은 손흥민의 사례를 또 꺼내들었다. 조정민은 “토트넘의 새 스타디움에서 손흥민 선수가 골을 넣어 역사에 남은 것처럼 내 이름도 이 대회에서 초대 챔피언으로 오래오래 남을 수 있어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뿌듯해 했다.

[조정민의 티샷 모습. 사진=KLPGA 제공]

이 대회 우승과 함께 상금 1억6000만원을 추가한 조정민은 2억3800만원을 쌓아 시즌 상금랭킹 1위로 올라섰다. 조정민은 올 시즌 돈을 가장 많이 번 투어 선수지만, 아직 부모님으로부터 ‘주급’을 받는다. 인센티브 제도도 확실하다. 조정민은 “모든 라운드에서 언더파를 치면 100만원 인센티브를 받기로 했는데 오늘 이븐파를 친 게 너무 아쉽다”고 안타까워했다.

효율적이고 현명한 투어 생활을 꿈꾸는 조정민은 최근 들어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대회에 나서고 있다. 그는 “대회마다 어떤 스코어를 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치기 시작했는데, 막바지에 집중력도 강해지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 엄청난 성취감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 목표도 뚜렷했다. 조정민은 “상반기 2승을 하고 싶다. 이 목표를 달성하면 어머니께서 시계를 사주기로 약속했다”며 “무엇보다 시즌을 통틀어 60대 타수를 기록하는 것이 목표다. 시즌 60대 타수를 기록하는 것은 흔치 않아 상금은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정민은 오는 17일 미국 하와이에서 개막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지난해 롯데칸타타 여자오픈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권을 얻었다. 그는 “하와이는 처음인데 해외에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코스 분위기가 롯데 스카이힐과 비슷하다고 들었는데, 그 코스에서 좋은 기억이 있어서 기대된다”고 설레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