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투자 스토리가 끊임없이 나와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가계자산이 부동산에서 빠져나오지 않죠. 결국 은퇴하면 덜렁 집 하나뿐이니 생활비조차 빠듯할 수밖에 없어요."
본지는 7일 증권가에서 손꼽히는 은퇴설계 전문가인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를 만났다. 그는 "연금 대중화가 늦어지는 이유는 누구에게나 들려줄 만한 재테크 성공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금융투자업계부터 되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에도 더 많은 역할을 하기를 바랐다. 나라 재정으로만 노후를 챙겨줄 수는 없고, 그렇다면 정부 역시 연금 대중화에 공들여야 한다는 거다.
우리나라 가계자산 가운데 부동산 비중은 현재 74%에 달하고 있다. 금융자산은 26%밖에 안 된다.
강창희 대표는 "심하게 말하면 가진 게 집 한 채뿐이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과 일본을 보면 부동산과 금융자산 비율이 3대7 정도로 나뉜다. 그는 "앞으로는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며 "부동산과 금융자산 비율을 5대5 수준까지는 맞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생각할 만한 금융자산은 펀드다. 일반인이 직접 주식을 사고팔아 이익을 내기는 어렵다. 강창희 대표는 "46년 가까이 금융투자업계에서만 일한 나도 개별종목 투자는 하지 않는다"고 힘줘 얘기했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장기투자 문화가 뿌리내리기 어려울까. 그는 "자본시장 역사가 짧고, 그래서 성공 체험도 적었다"며 "이러는 바람에 자산운용사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주어진 역할에 소홀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정부뿐 아니라 기업 역시 근로자에게 연금교육을 실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강창희 대표는 "선진국에서는 누구나 연금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연금교육에 소홀한 기업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선진국에서는 노조가 사측에 더 나은 연금교육을 요구하는 일도 흔하다"며 "우리나라도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근로자가 위험을 떠안는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강창희 대표는 "정부가 형식적인 권고에 그칠 게 아니라 연금교육을 제대로 시킬 유인을 늘려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연금 공부가 먼저
나이가 많든 적든 재테크 1순위는 연금이다. 강창희 대표는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 개인연금뿐 아니라 즉시연금과 주택연금, 농지연금까지 꼼꼼히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가입을 법적으로 의무화해 관심을 덜 가질 수 있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은 사적연금보다 가입자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 강창희 대표는 "국민연금은 평균적으로 총납부액 대비 1.7배를 받을 수 있다"며 "국민연금을 잘 활용하는 게 노후를 준비하는 첫걸음"이라고 전했다.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그는 "일하지 않는 주부도 임의가입을 이용할 수 있다"며 "30세부터 60세까지 30년 동안 달마다 8만9000원씩만 넣어도 월 50만원씩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물가가 오르면 오른 만큼 연금 수령액도 늘어난다. 국민연금에는 소득재분배 기능도 있어 소액 납입자를 우대해주기도 한다.
형편에 따라 국민연금을 미리 받을 수도 있다. 물론 불이익은 따른다. 1년 일찍 받으면 해마다 6%씩 수령액이 깎인다. 5년을 빨리 받는 경우에는 전체 수령액이 70%까지 줄어든다.
개인연금에 들 때는 세제적격인지 세제비적격인지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세제적격연금은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대표적인 상품이 연금저축이다. 연금저축에 가입했다면 그해 납입액 가운데 최대 400만원까지 공제(16.5%)해준다.
반대로 연금보험 같은 세제비적격연금에 대해서는 이런 혜택이 없다. 그래도 마냥 불리하지는 않다. 연금소득 자체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소득세가 붙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세제비적격연금은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연금소득이나 기타소득 규모를 따져서 개인연금을 골라야 한다는 얘기다.
퇴직급여도 마찬가지다. 일시에 수령하느냐 연금처럼 받느냐에 따라 세금도 달라진다. 강창희 대표는 "연금 공부가 그만큼 중요한 이유"라고 했다.